[서평] 음악을 정치에 이용하는 방법… ‘쓸모 있는 음악책’

입력 2022-04-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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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웨일북)

눈으로 음악이 쏟아지는 것 같아.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빛을 본 주인공의 말이다.

영국 샐퍼드대학교와 리버풀대학교에서 미디어 및 대중음악을 전공한 마르쿠스 헨리크의 신간 ‘쓸모 있는 음악책’ 역시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다. 헨리크는 독자들의 눈 위로 유용한 음악 사용법을 쏟아낸다. 특히 그는 ‘막연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음악은 뭘까?’, ‘콘서트에 자주 가는 이들이 사회생활을 더 잘하는 이유는?’ 등의 재기 발랄한 질문을 던지며 음악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관해 서술한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음악과 사회·정치를 결부한 4장이다. 헨리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음악은 중대 이슈를 향해 빛을 비추는 조명인 동시에 수많은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낸 주역”이라며 “음악이 지닌 정치적 위력은 엄청나다.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헨리크의 말처럼 음악과 사회·정치는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다. 예를 들어보자. 과거 군사정권은 특정 음악을 금지곡으로 선정하는 등 어이없는 탄압을 일삼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김민기의 ‘아침 이슬’이다. 이 곡은 1975년 유신 정부의 긴급 조치 9호에 의해 금지곡으로 선정됐다. 당시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라는 가사가 북한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 금지곡이 됐다는 말이 떠돌았다.

한국의 대통령들도 저마다의 주제곡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양희은의 ‘상록수’를 즐겨 불렀다. 특히 그가 16대 대선 때 직접 기타를 치면서 부른 ‘상록수’ 영상은 큰 화제를 낳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DOC의 ‘DOC와 춤을’이라는 곡을 ‘DJ와 춤을’로 개사해 선거송으로 활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애창곡은 잘 알려졌다시피 거북이의 ‘빙고’다.

각각의 노래는 굉장히 정치적으로 활용됐다.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상록수’의 가사는 노 전 대통령의 일생을 함축했고, 당시 노회한 이미지가 강했던 김 전 대통령은 악동 뮤지션이었던 DJ DOC의 히트곡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땅이 너무 좋아. 이민 따위 생각한 적도 없었고요” 등의 가사가 인상적인 ‘빙고’는 보수 정치인인 박 전 대통령의 가치관과 묘하게 조응하는 부분이 많았다.

팝도 마찬가지다. 빈곤이나 기아 문제의 해결을 염원했던 USA 포 아프리카의 ‘위 아 더 월드’, 인종 차별에 저항했던 빌리 홀리데이의 ‘스트레인지 푸르트’,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 등은 헨리크의 말처럼 음악이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낸 경우다.

헨리크는 “정치를 비판하는 노래도 있지만 정치가들이 기꺼이 활용하고자 하는 노래도 있다”며 “어떤 노래가 정치적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청중의 몫이다. 대중이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노래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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