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10% 이상 급등…화물ㆍ물류업계 아우성
"원자재 수입처 다각화ㆍ관세 완화 필요"
“화물 노동자는 인상된 경윳값에 식비와 고속도로 요금을 더하면 인건비도 안 나옵니다.”
“항공사는 연료비가 영업비용의 30%를 차지하는 구조라 수익성 악화를 막기 어렵습니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지자 산업 현장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13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 역시 120달러에 육박했다. 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일주일 만에 각각 10%, 12% 가까이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불안이 확산하며 유가를 끌어올렸다.
화물·물류업계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경유 가격이 급등하자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량이나 택배 트럭 등 상업용 차량이 직격탄을 맞았다. 화물 노동자들은 “경유 가격 인상으로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건설업계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경유 가격을 비롯해 각종 원자잿값 인상에 따라 레미콘업계 등에서도 건설업계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사 중단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 비용이 증가하고 수급이 어려워지면 비용 문제로 진행 중인 공사뿐만 아니라 계획된 착공도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며 “원자재 가격에 대한 점검에 집중하고 수입처를 다각화함과 동시에 관세를 완화해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가 급등은 배달비 인상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쿠팡이츠·배달의 민족 등 주요 배달 앱이 단건 배달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며 요금을 현실화한 데다, 업계의 만성적인 배달 기사 부족과 유류비 인상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시장 규모가 커져 배달 기사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높아지는 기름값에 배달 기사와 시장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도 연쇄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전체 영업비용의 30%가량을 유류비로 사용하는 항공사와 해운사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철강업계와 전자, 반도체, 배터리 업계도 유가 급등으로 고정비와 물류비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고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는 뾰족한 대처 방안이 없어 파급 효과를 지켜보는 상황”이라 밝혔다.
국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졌다. 러시아 원유 수출 감소가 본격화하고, 그동안 유가 안정에 기여했던 미국 셰일업체는 공급망 병목현상에 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둔화에 직면해 유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