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조짐...경기침체 ‘경고음’

입력 2022-03-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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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기 vs. 2년 만기 국채 금리 격차 0.2%P 내로 줄어들어
연준 긴축 행보에 국채 금리 상승 탄력
“금리 역전 상황서 1980년대 후반 이후 4차례 침체”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격차가 빠르게 축소하면서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장기 채권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와 2년 만기 국채 금리 격차는 1월 초 0.9%포인트에서 0.2%포인트 내로 줄어들었다. 사실상 장단기 금리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단기 국채 금리가 크게 올랐다는 이야기다.

미국 국채 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1년 내내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0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콘퍼런스에서 필요하다면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자 국채 금리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탄력을 받게 됐다. 실제로 2년물뿐만 아니라 3년과 5년, 10년 만기 국채 금리 모두 2.4%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단기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단기 국채 금리가 급격히 올라 장기 국채 금리를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채권 금리는 만기가 짧은 것은 금리가 낮고 만기가 길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장단기 금리 격차가 줄어들어 평탄화하거나, 역전된다면 단기 금리는 높지만, 중장기로 가면 금리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경기가 좋지 않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 금리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해 수익률 곡선이 뒤집히면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장단기 국채 금리 차가 좁혀지자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경기 침체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해왔다”면서 “장단기 국채 수익률 곡선 모양이 점점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고 꼬집었다. 존 히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1980년대 후반 이후 4차례에 걸쳐 장단기 금리차(스프레드)가 제로 이하로 떨어지면 침체가 따라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반드시 경기 침체의 전조라고 보기 힘들며 이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구니트 딘그라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수익률 역전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렇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것이 종말적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수익률 역전과 함께 공존해왔다”고 말했다.

WSJ는 연준이 이제 막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고 차입 비용은 이미 몇 달 전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현재로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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