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제재로 韓수출 타격 우려...고용 불확실성 커져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우리나라 고용 회복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수출 통제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고용 개선세의 버팀목인 되고 있는 우리 수출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25일 발표한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에는 전자, 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독자적으로 추가 통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러시아에 대한 수출 허가가 필요한 품목의 허가 심사 시 '거부정책'(policy of denial)을 적용하고, 러시아 국방부를 포함해 군사용과 관련된 49개 기업 등을 '우려거래자 목록'(Entity List)에 추가로 등재해 모든 전략물자의 수출을 제한한다.
특정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제3국의 생산제품에 대한 역외통제도 실시한다. 이는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됐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조치로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러시아 수출 및 현지 생산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도 러시아 경제 제재에 국제사회와 뜻을 같이 하면서 당장 러시아와 교역 의존도가 높은 품목 군에서의 타격이 예상된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현황 및 우리 기업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리 수출의 약 1.6%, 수입의 2.8%(지난해 기준) 비중을 차지하는 10위 교역대상국이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에서의 대 러시아 수출은 40.6%를 차지한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원자재 가격 급등 또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물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의 소비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수출은 물론 내수 경기엔 부담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 행진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에너지가격 상승 여파로 16억7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적자세를 예고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실적) 악화를 의미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우리 수출에 타격을 주고 무역적자를 확대 시킨다면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가 14일 발표한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440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만8000명(+4.0%) 증가했다. 지난달 증가폭은 2010년 5월(+56만5000명)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당시 고용부는 오미크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내수 개선, 수출 호조 지속 등이 고용시장 개선을 가시화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가능성,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을 고용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실화한 만큼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