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전기차 시장 좁았지만, 세계적 흐름에 따라 확장
정부 보조금 인상에 차량 구매 부담도 줄어 테슬라 인기
일본 업체와 테슬라 간 경쟁 치열해질 전망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내 전기차 비중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하지만 지난해 수입 전기차가 8610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세 배가량 증가하면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전기차 시장은 그간 일본에서 유독 외면받았다. 이미 10년 전 닛산자동차가 ‘리프’를 통해 저렴한 전기차 길을 개척했지만, 당국은 업계가 전기차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을 경계했다. 대신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형 자동차 개발을 장려했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GM)부터 폭스바겐까지 글로벌 업계가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자 일본도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도요타와 닛산, 혼다 역시 기존 전략을 수정하고 외국 기업들과 같은 전기차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전기차에 관한 관심도 많이 늘었다. 일본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3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대 중반까지 휘발유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동시에 지난해 11월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80만 엔(약 832만 원)으로 종전보다 두 배로 늘렸다. 보조금이 늘면서 소비자 가격 부담이 줄어든 점도 저변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테슬라가 낮아진 가격대에 힘입어 일본 젊은 층에서 인기가 커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2월 테슬라 일본법인은 모델3 가격을 종전보다 24% 낮춘 500만 엔으로 책정했다. IHS마킷은 지난해 테슬라의 일본 내 신차 판매 대수를 87% 증가한 5200대로 추산했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의 기가팩토리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공장에서도 생산을 앞두고 있다. 생산처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 중 일부는 이제 일본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동차 컨설팅 업체 시노오토인사이츠의 투러 창업자는 “베를린 공장 가동이 가까워지면서 올해는 중국에서 만든 많은 테슬라 차량이 일본으로 향할 것”이라며 “차량은 한국과 인도로도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이전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함에 따라 테슬라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시장을 넓히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350억 달러(약 42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이미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를 보유한 닛산은 200억 엔 규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충전소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닛산은 파트너인 르노, 미쓰비시자동차와 함께 5년에 걸쳐 총 230억 유로(약 32조 원)를 투자해 35종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컨설팅 업체 카노라마의 미야오 다케시 애널리스트는 “일본 자동차 업계는 세계적으로 강하지만, 국내에선 더 강해 외국 업체들엔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며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