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외면하는 '실손 전환'…엇박자에도 금융당국 뒷짐

입력 2022-01-2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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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전환 상품을 두고 '엇박자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떠밀리듯 전환 상품 출시를 준비하는 보험사들은 정확한 판매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정책을 주도한 금융당국은 뒤로 빠져있어서다.

업무 권역 간 온도 차도 확연하다. 1세대 상품이 적은 생보업계는 손보업계보다 소극적이고, 실손보험 판매를 이미 중단한 보험사들은 전환용 상품을 만드는 게 여러모로 손해인 만큼 차일피일 미루며 눈치만 보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총 보험사는 15개사로 손보 10개사, 생보 5개사다. 판매를 중지한 보험사는 손보 3개사, 생보 12개사다.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가 손보업권이 2배나 많다. 손보업권은 손해율이 가장 높은 과거 1~2세대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이에 반해 생보업권은 구실손 상품 비중이 크지 않다. 이미 오래전에 판매를 중단한 경우도 대부분이다. 생보업계가 실손전환 상품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전환용 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는 ABL생명, 신한라이프, 동양생명, KDB생명 등 4개사이며, 나머지 보험사는 상반기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계는 3세대 실손 상품의 위험률 조정을 위해 정무적인 판단에서라도 당국의 요구에 발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하 압박이 작용하는 점도 요인 중 하나"라고 내다봤다.

실손보험 판매를 이미 중단한 보험사들도 실손 전환용 상품 만들기에 미온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들은 매출 하락에 시스템 구축 비용까지 손해만 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지금 당장 전환용 상품을 출시하지 않아도 보도자료에 명시된 보험사들은 모두 순차적으로 출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A와 라이나는 전환용 상품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도에 제도개선이 되면서 그때부터 '재가입'이라는 제도가 생겼고, 그 전에는 재가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라이나가 2011년, AIA가 2013년에 판매를 중단했으니 그 당시 판매한 상품은 표준약관에 재가입이라는 근거 조항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착한 실손에서도 전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손 전환을 원하는데도 가입 보험사에서 전환용 상품을 제공하지 않으면 기존 가입자는 1~3세대를 해지하고 4세대를 취급하는 다른 보험사에 신규 가입해야 한다. 보험업권발 엇박자가 소비자의 승환계약을 야기하게 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4세대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전환 현황을 주 단위로 점검하고, 실적을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책임 전가만 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손 전환은 소비자들의 접점에 있는 보험사들의 공감도 사지 못한 정책"이라며 "승환계약 방지 대책과 실손 전환용 상품 출시 계획, 복지부 참여 등 금융당국이 나서줘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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