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예측이 아닌 대응의 영역입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증권가에서는 ‘시장이 오해하고 있다’, ‘비이성적 상황이다’라고 변명하지 않았다. 예상을 빗나간 글로벌 증시 전망에 정책ㆍ정치적 변수까지 더해져 지금은 높은 변동성을 감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회색 코뿔소가 오고 있나? 美 긴축 불확실성 여전 = 이날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2900선을 내주며 맥없이 무너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속도를 앞당기겠다고 선언한 것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연준은 지난해 11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불과 1개월 만에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미 국채금리 10년물은 1.7% 후반까지 치솟았다. 환율도 사흘 만에 1190원대를 넘어섰다. 외국인의 국내증시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와 함께 시장에서 예상하는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도 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4일(현지시간) 점진적 금리 인상 시작 결정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내 견해로는 4번 이상의 금리인상이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6~7번이 될 수도 있다”라며 파격적인 예상치를 내놨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연준이 2022년에 금리를 올릴 일은 없다’던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도 연말에는 지금보다 금리가 1%(100bp)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업이나 가계·나라 경제에 좋을게 없다. 전반적인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적용되는 금리가 높아지고 기업 대출금리도 오른다.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셈이다. 올해 기업들이 갚아야 할 회사채는 17조7529억 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회색 코뿔소가 왔다고 진단했다. 회색 코뿔소란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의미한다. 예상보다 빠른 연준의 유동성 환수와 높은 물가는 국내증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트리플 긴축 위험이 잠자고 있던 회색 코뿔소를 깨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회색 코뿔소 위험의 현실화 여부는 물가와 코로나19 추이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 통화정책 경계감이 크게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연준의 행보를 확인하고 가자는 흐름이 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PO 대어 LG엔솔 수급 시장 영향 미칠 듯 = 다가오는 27일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도 코스피 지수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기관이 LG에너지솔루션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대형주 주식을 처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5조0138억 원가량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은 삼성전자(1조8168억 원), SK하이닉스(5527억 원), NAVER(3093억 원), 카카오(2995억 원) 등을 팔아치웠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엔솔 청약과 펀드 내 물량확보 경쟁은 단기적으론 시장과 코스피200 대형주 수급환경을 제약하는 블랙홀로 기능할 공산이 크다”면서 “신년 벽두 시장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인 외국인 K200 지수선물과 금융투자(증권) PR 현물 매도공세 역시 LG엔솔 물량확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나 나름의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종목 시가총액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2% 수준이 넘으면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대형 IPO 종목 상장에 따라 기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에 대한 수급 부담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