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폭리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아"
국책연구기관들이 합동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향해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정부가 실정(失政)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7일 국책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국토연구원, 주택금융연구원 등은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0차례 넘게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급등해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화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기존의 규제·과세 중심의 부동산관을 답습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택문제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진단 없이 정책 이념에 따라 조세, 대출 정책의 틀을 바꾸고 공급정책에서도 공공주도, 민간육성 등 일관적이지 않은 정책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역대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을 설계할 때 정부에서 장악한 공공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더라면 공공이 선도해 부동산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 부문 역시 수치화·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되면서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인과 공직자는) 자신의 실적과 성과를 위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이를 조장하거나 방치했다"며 "오히려 실정의 책임을 일반 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부동산을 통한 개인의 불로소득부터 바로잡겠다고 국민을 향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들었는데,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뿐"이라고 역설했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가 투기 주범으로 본 다주택자의 개념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객관적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등기부상 주택을 명목상 소유한 것만으로 이를 다주택자로 규정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 중과의 핵심 표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통제가 정책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불요불급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주된 정책목표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