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규제 화살, 명품업체로도 향하나…유럽 4대 럭셔리 업체 시총 82조원 증발

입력 2021-08-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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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공동부유·부의 재분배 강조
중국 명품시장서 1만 명 슈퍼리치 전체 매출의 4분의 1

▲지난해 11월 11일 광군제 당시 중국 베이징의 한 의류매장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를 지지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당국의 억압이 명품업체로도 향할 것이라는 불안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첨단 기술과 교육서비스 산업 대한 통제 강화에도 그동안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명품 브랜드 투자자들이 뒤늦게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1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루이뷔통모엣헤네시(LVMH)와 케링, 에르메스, 리치몬트 등 유럽 4대 럭셔리 업체의 시가총액은 이틀간 총 600억 유로(약 82조 원) 증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필수 요건”이라며 “과도한 고소득을 규제하고 부자와 기업들의 사회 복귀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부의 재분배로 초점을 전환하는 것은 명품업체에 불길한 징조가 될 우려가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제프리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명품시장은 1만 명에 불과한 슈퍼리치가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층이나 더 높은 세금과 당의 표적이 될 위험에 놓였다.

▲유럽 주요 명품업체들 이번 주 주가 변동 추이. 밑에서부터 케링(-16.4%)/리치몬트(-12.7%)/LVMH(-12.2%).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물론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중산층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소수 엘리트 계층에 대한 단속 강화는 시장 전체에 현저한 영향을 미쳤다고 WSJ는 전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012년 반부정부패 캠페인을 벌이고 나서 그 다음 해 명품업체들의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2% 증가에 그쳐 10% 넘는 이전 3년의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당시 가장 안정적인 럭셔리 브랜드조차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3~16년 에르메스의 주가 상승률은 연 3%에 그쳤다. 이는 2018년 이후 상승률 35%와 대조된다.

명품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세를 둘러싼 대립으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일시적인 소동에도 주가가 빠르게 회복됐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에서 명품업체들이 직면한 위험을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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