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유럽통합(EU)을 이룬 유럽대륙에도 분단과 분리의 문제는 존재하며, 현재 에게해 제도, 올란드 제도 등 다수의 비무장지대(DMZ)가 있다. 대표적인 유럽의 분단국 키프로스(Cyprus)는 최근 남·북 키프로스의 DMZ, 유엔 키프로스 완충지대(United Nations Buffer Zone in Cyprus) 문제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키프로스는 지중해 동부에 위치한 섬나라로 동서양을 잇는 해양 요충지에 해당한다. 1960년 신생 독립국이 될 때까지 미케네, 이집트, 페르시아, 비잔틴, 프랑크, 베네치아, 오스만 터키, 영국 등의 지배하에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수많은 약소국들이 독립하였지만, 키프로스는 영국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했다. 패권국이었던 영국은 2차 대전 이후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 축소되자, 수에즈 운하의 관리에 필요한 해양 거점 키프로스에 더욱 집착하였다. 키프로스 국민의 민족 구성은 그리스계가 78%, 터키계 18%, 나머지 약간의 영국민 등으로 되어 있다. 이에 그리스는 1954년 키프로스 독립 문제를 유엔(UN)에 상정하게 된다. 독립 과정에서 그리스계 진영은 영국뿐 아니라 터키계 주민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고, 터키계 주민들은 아예 그리스계와 분할된 국가가 되지 못한다면 영국이 중재하고 있는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당시 양측의 갈등의 골은 깊었다. 1960년 8월 16일 마침내 키프로스는 독립국가가 되었다.
신생독립국 키프로스는 행정, 입법, 사법 전반에 걸쳐 민족구성 비율에 맞게 7:3의 비율을 보증하는 건국헌법을 제정하고, ‘공동 자치통치체제’를 구성하였으나 분쟁은 증폭되어, 1974년 전쟁이 발발했다. 터키 군대가 키프로스 북부를 점령하였고, 오늘날까지 키프로스는 남북으로 분단된 채 갈등을 겪고 있다. 키프로스 남북 간 완충지대(‘그린라인’)는 섬을 가로질러 약 180㎞에 걸쳐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568호가 채택된 이후, 유엔평화유지군(UNFICYP)은 병력을 주둔시켜 이들의 국소 분쟁을 막았다. UNFICYP는 DMZ 완충지대를 감시하기 위해 정기적 순찰과 관리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후 이들은 양측이 정치적 해결을 이룰 때까지 병력의 개입보다는 연락과 중재의 역할에 집중하며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키프로스 내 DMZ는 양측 통합이 원활히 진전될 수 있도록 완충 지대의 많은 부분이 경작되거나 사람이 거주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완충지대 내 여러 마을에는 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거주하거나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 40여 년간 인적이 끊어진 채 폐허로 남았던 완충지대는 현재 여권 혹은 신분증만으로 키프로스 국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자유 왕래가 가능하다.
최근 키프로스에서는 관광과 자원개발 문제로 다시 한 번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갈등은 2020년 11월 유령도시로 방치되던 북키프로스 바로시아에 일일 관광이 허용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 2021년 7월 20일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북키프로스 타타르 대통령은 키프로스 분쟁 전까지 지중해의 진주라 불리던 바로시아 내 3.5㎢ 구역을 군 통제구역에서 제외하여 민간에 이양한다고 공표하였다. 게다가 2020년부터 키프로스 인근 연안 해역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잇따라 발견되며 양측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한반도 DMZ의 개발, 통일 후 보전 방안을 두고 여러 논의가 분출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키프로스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한 교류의 활성화와 DMZ의 난개발은 양측의 통합에 도움이 되지 못함을 직시하고, DMZ의 존재가 분리된 양측의 통합에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