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장관 자진사퇴 당한 해수부, 찬밥 신세 언제까지

입력 2021-06-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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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중소기업청이 2017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됐다. 청 직원들과 중소기업이 중기부 신설을 가장 반겼다. 해양수산부도 이를 열렬히 환영했다. 해수부는 중기부 신설 전까지 부처 중에 가장 마지막 서열이었다. 국무회의에서도 가장 끝자리에 앉았다. 그러다 중기부 신설로 서열 막내 자리에서 벗어났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사석에서 중기부 장관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 개각에서 5명의 장관 후보자가 발표됐고 1명만 빼고 취임에 성공했다. 5명 중 3명은 야당의 자진 사퇴 경고까지 들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가 그들이다. 결국, 박 후보자만 자진해서 사퇴하고 원래 자리였던 차관까지 물러나 야인으로 돌아갔다.

청와대가 3명의 장관 후보자 중에 자진해 사퇴할 1명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가장 유력한 설은 노 장관은 부동산이 급해 살려줬고, 임 장관은 애초 본인의 거절에도 여러 번 권유해 장관 후보자로 데려왔기 때문에 자진 사퇴 요구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3명 중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기에 가장 만만했다는 결론이다. 박 후보자는 부인의 도자기 대량 밀수 의혹이 불거졌는데 사실 알고 보면 장관 후보자로 트집 잡힐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 아내가 남편 퇴직 후 먹고살 걱정을 했고 실제 카페 창업을 했다는 게 이야깃거리라면 이야깃거리였다. 영국에서 산 도자기는 카페 창업용이었다. 실제로 박 후보자가 본인과 배우자, 두 자녀의 재산으로 신고한 금액은 1억8418만 원에 그쳤다. 30년 공직 생활 중에 모은 재산이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1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서울 정상회의’ 특별 영상인 ‘더 늦기 전에, 함께해 주세요-토크’ 편에서 ‘지구 대통령이 된다면 공약은?’이라는 질문에 “분해 가능한 친환경 어구로 바꾸는 등 해양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첫손에 꼽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수산물 소비 1위 국가임을 언급하며 “해양 쓰레기가 가장 염려된다. 수산물을 건강하게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지구 대통령 공약을 듣고 해양 쓰레기 주무 부처인 해수부에서 허탈해하는 직원이 많았을 것 같다.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이후 그 여파가 아직 해수부에 진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했지만,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만났다. 현 정부에서는 여당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영춘 장관, 세계해사대학 교수로 해양ㆍ항만 전문가인 문성혁 장관이 4년간 해운 재건과 수산 혁신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최근 해상·항공 운임의 급등세 및 선복(선박 내 화물 적재 공간) 확보난으로 물류 분야의 어려움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HMM의 임시선박 투입이 가능했던 것은 해운 재건의 결과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해양정책을 주관하는 해수부의 위치는 그동안 그리 높지 않았다. 대통령도 인정했듯 앞으로 미래는 해양에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존폐를 걱정하는 부처가 아니라 정권의 국정과제를 선도하는 핵심 부처로 인정받을 때가 됐다. 다음 대통령은 해수부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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