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취향이 자본이 되는 시대, 감각의 부활

입력 2021-06-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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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현 퍼셉션 대표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매해 찾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2년 만에 열렸다. 관람객들이 한결같이 최고로 꼽은 것은 잔잔한 물 위로 풍등의 빛이 투영된 키네틱미디어아트 ‘풍화, 아세안의 빛’이었다. 모두 한동안 멈춰 서서 잠시 어디로 떠난 듯한 모습이었다. 이전의 페어가 트렌드서치와 마켓의 역할을 했었다면, 올해는 우리의 감각을 깨우며 ‘살아가는 것’을 ‘디자인’할 수 있게 하는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감각적이다’, ‘센스 있다’는 말은 좋은 것을 보고 표현할 줄 알며 그것들의 재조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때 주로 사용한다. 이는 ‘좋은 취향을 지녔다’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나는 감각이 느끼는 것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감각을 좋은 감각이라 생각하는데 이와 연결해 ‘좋은 취향이란 감각경험에 의해 누적된 그 사람만의 물리적·비물리적 선호(테이스트)가 있는 것’이라 하고 싶다. 반대로 나쁜 취향은 자기 선호를 전혀 모르고 느끼려고 하지도 않은 채 남의 취향을 자기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회가 성숙해지면서 물적 자본 외에도 사회적 자본(인적 자본 및 그 관계가 사회의 진화와 성장에 반영되는 영향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감각자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확대되면서 천편일률적이 아닌 다양한 소비와 경험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기획’이 중요해졌고, 그 모티프로 ‘누군가의 취향’이 필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취향은 어떻게 발견하고 키우는가? 취향은 생각부터 말·글·그림의 표현, 의식주휴미락의 모든 것과 연결되는데, 감각에 둔감해서는 도통 발견할 수도 우연히 발견한다 하더라도 잘 키울 수 없다. 취향 장착의 기본은 내 감각을 열고 집중하는 것이다. 오감 모두가 아니더라도 각자 편안한 한두 가지 감각에서 시작해도 좋다. 예민하다는 것은 ‘감각의 섬세함’의 또다른 표현인데 자기감각의 좋고 싫음을 느끼고 표현하고 쌓아가는 것이 취향 양육에서 제일 중요하니 예민해짐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보통 여행의 이유를 ‘다른 경험, 환기, 영감, 휴식’ 등으로 이야기하는데, 이는 감각들이 지루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바란다는 것이다. 꼭 멀리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의 훈련이 되어있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여행지라도 영감을 받기 어렵다. 그저 인스타그래머블한 인증샷만 남길 뿐.

일상의 감각 훈련은 분주함을 내려 놓고 5분이라도 잠시 앉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 향이나 촉감 그리고 혀 끝에서 느껴지는 맛의 순간에 몰입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느낄 수 있는지와 그 느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가까운 사람들과 각자의 느낌을 공유해도 좋다. 이 역시 감각의 확장이 될 수 있으니. 세계적인 디자인이나 황홀한 자연, 맛있는 음식을 경험할 때 ‘이것은 멋지고 좋은 것이다’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묻고 사람들은 왜 좋다고 하는지 생각해 보는 연습은 감각을 키우고 자기 취향을 발견하는 데에 더없이 좋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를 지나 취향이 곧 자본이 된다는 때에 우리는 ‘좋은 취향과 자기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을 갖는다. 미술시간에 샘플과 똑같이 그리지 못해 혼났던 기억이 있는가? 맛에 대한 표현은 어떤가. 밥을 못 먹을 수도 있으니 되도록 참아 왔을 것이다. 억눌려 있던 내 감각들에 자유를 주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나다워질 수 있다.

지금 잠시 크게 숨을 내쉬고 오감 중 무엇 하나에라도 집중해 보자. 정신없이 키보드를 치고 있는 순간도 괜찮다. 손가락의 느낌과 타닥탁탁거리는 소리가 귀에 온전히 들린다면 나만의 감각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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