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사이에 인기였던 KP(코리안페이퍼) 물의 수익률이 뚝 떨어지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KP물이란 한국 기업이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을 말한다. KP물은 국내 우량 기업이 발행하기 때문에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원화 표시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서 지난해부터 큰손들의 ‘최애(가장 아끼는)’ 상품 중 하나로 꼽혔다. 최근 은행 예금이자가 0%대로 떨어지면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갖춘 KP물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웠다.
17일 블룸버그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인덱스(Bloomberg Barclays USD Aggregate: South Korea Total Return) 기준 KP 투자 성과는 -0.6%를 기록하고 있다. 예년과 비교 시 저조한 성과이다(2019년 7.9%, 2020년6.8%). 크레딧 스프레드가 역사적 저점을 보이는 가운데 기저 금리인 미 국채금리의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수익률이 떨어지자 최근 서울 강남 일대 증권사 PB센터를 중심으로 KP물에 대한 투자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강남 A 증권사 한 PB는 “큰 손들 사이에 KP물은 안정성과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투자처로 알려졌다”면서 “하지만 수익률이 하락하자 발을 뺄지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가 파는 KP물은 최소 투자 금액이 20만달러(약 2억4500만원)이기 때문에 주로 고액 자산가들이 찾는다.
전문가들도 투자성과가 높지 않으리라고 본다.
NH투자증권 김준용 연구원은 “2021년 하반기 KP는 낮은 스프레드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다”면서 “대표적인 대체 투자처인 중국 크레딧과 다른 신흥국 회사채 대비 디폴트 우려가 크지 않으며, 킵웰 조항이 가진 후순위성에서 자유롭다. 외교적, 지정학적 리스크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 저점 수준의 크레딧 스프레드를 보이는 만큼 추가 스프레드 축소 여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미 국채 금리의 상승폭이 스프레드 축소폭을 웃돌 수 있어 금리 상승리스크를 헤지(hedge)하지 않는 이상 투자 성과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큰 손들의 투자는 여전하다.
네이버는 지난 6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를 위한 해외 지속가능채권 3억달러(약 3377억원)를 증액 발행(리오프닝)했다. 지난 3월 5억달러(약 5628억원)를 발행한 데 이은 것으로, 해외 채권의 증액 발행 사례는 네이버가 민간 기업 중 최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한국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인 25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27억달러어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해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는 무려 약 90억달러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 국채 금리의 상승폭이 스프레드 축소폭을 웃돌 수 있어 금리 상승리스크를 헤지(hedge)하지 않는 이상 투자 성과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면서 “미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 차손이 예상되는 만큼 기대 캐리투자 수익이 높은 코코본드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혜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