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음식문화의 발달로 먹을 것이 너무 많고 다이어트가 더 고민인 세상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 세계 인구의 10% 정도인 8억 명이 기아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선정된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거라 할 수 있다. 기아 인구를 구할 수 있는 식량문제 해결은 전쟁과 내전으로 인한 분쟁 지역의 평화적 여건 개선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욱이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식량 공급망이 파괴되어 미개발 지역 또는 개발도상국의 식량 위기는 더 다급한 인류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식량 위기의 해결은 수요 분석, 물류, 분배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 향상이다. 소위 유전자 변형, 종자의 유전성을 개선하여 더 빨리 더 크게 키우고 수확하며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농업기술의 개발이 한 예이다. 물론 유전자 변형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 가능성을 최소화하여야 하고, 농산물뿐 아니라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할 수 있는 식품군을 보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량을 증대시켜야 한다. 육류 대체재가 좋은 예인데, 가축을 사육하는 데 따르는 심각한 환경적 요인과 사육, 도살, 유통 과정의 여러 문제를 줄이고 과다한 육류 섭취로 인한 건강 위험을 관리한다는 접근 방식으로 현재 상당한 벤처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아직 해산물이나 생선류까지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새우 등의 갑각류, 조개 등의 어패류, 각종 생선은 풍부한 단백질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몸에 좋은 지방을 함유한, 어찌 보면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식품군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수요가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연어이다. 현재 전 세계 연어 소비 시장은 한 해 20조 원 정도에 달하는데, 한국도 약 5000억 원, 무게로 약 4만 톤의 작지 않은 규모이다.
우리가 흔히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연어는 양식으로 길러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연어 양식지는 노르웨이 수역의 바다로 1년에 약 120만 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태평양과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어느 정도 공급되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는 연어를 양식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지만 수요는 북미 다음으로 크다. 이에 엄청난 양이 비행기로 공수되고 있는데, 운송비용은 물론 항공물류가 일으키는 탄소 배출도 만만치 않다. 또한 연어 양식은 밀집도가 높아 바다에 사는 여러 기생충이나 병원균에 노출되기 쉬워 많은 양의 항생제 등이 쓰인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양식 연어는 사실 몸이 회색인데,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연어 색을 내기 위해 상당한 색소가 들어간다. 더욱이 노르웨이 수역 양식장 근처의 발칸 반도는 폐수를 쏟아내는 공장들이 가까워 상당한 양의 공업 공해가 양식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육지에서 연어를 키우는 벤처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모델이 아쿠아 바운티(Aqua Bounty)라는 바이오테크 기업이다. 쉽게 설명해 아쿠아 바운티는 유전자 조작으로 훨씬 빠르고 크게 클 수 있는 연어를 기생충이나 오염 등의 문제가 전혀 없는 최첨단 물탱크 환경에서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미 유전자 조작 기술과 상품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았으며, 95%의 물을 재활용할 수 있고 연어 사육에 최적인 물살, 염도 등을 제공하는 첨단 탱크 제조 관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어디서나 제조할 수 있기 때문에 연어 소비가 많지만 생산이 어려운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 등에서도 양질의 깨끗한 연어를 다량 공급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양식보다 사료 사용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으며, 유통과정에 수반되는 비용을 절감해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이러한 접근이 아직은 매우 제한적이나, 혁신적 벤처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생산성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생산방식 전환 및 새로운 시장 가치를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