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쇄신·당위성 상실” 부담됐나…금감원 독립 한발 물러선 윤석헌

입력 2020-12-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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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호 의원실 방문 급히 취소…"독립 개편 구체적인 방안도 아직은 부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신년간담회에서 금감원 독립을 주장한 데 이어 국회에 방문하는 일정을 잡았지만, 급히 취소했다. 충분한 동력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여론까지 악화되자 일단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와의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났다는 해석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윤석헌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송재호(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방문해 금감원 독립개편 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으려 했지만 전날 취소했다.

송재호 의원실 관계자는 "금감원이 방문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으려 했지만, 일단은 미루기로 했다"며 "금감원 독립 개편안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있길 바랐지만 금감원에서도 특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해 더 얘기나오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금감원도 감독권 독립에 대한 특별한 방안을 내놓진 못하고 있어 구체적인 안이 나올 때까진 잡음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부실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이 현시점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금감원 독립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 금감원 내부 쇄신안을 내놓는 게 먼저라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권은 윤 원장이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뒤로 물러섰지만, 윤 원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내년에 다시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 기능의 독립성 강화는 윤 원장이 학자 시절부터 지녀온 소신이다. 윤 원장은 앞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각각) 금융 산업 육성과 감독이라는 상치되는 목적을 같이 안고 있다 보니 출발에서부터 문제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는 말로 '금감원 독립론'의 포문을 열었다. 금감원이 예산ㆍ조직ㆍ인력 등의 측면에서 금융위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 문제를 둘러싼 당국 간 엇박자와 관련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금감원) 독립 방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원장은 신년간담회에서도 금감원 독립에 불씨를 지폈다. 윤 원장은 "금융정책과 감독정책 부분을 체크 앤 밸런스(견제와 균형) 관계로 끌고 가야 한다"면서 "감독에 있어 정책과 집행 간에 유기적인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원장의 발언은 6개월 가량 남은 임기 중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금융위원회와 정치권에 거듭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이를 위해 해외 사례를 포함한 다양한 독립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곧 이에 관한 제안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도 금융감독 기구에 더 많은 운용과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면서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책에 반영되고 정책의 취지가 집행하는 데 닿을 수 있도록 정책 집행과 감독이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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