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정치경제부 기자
먼저 협상에는 상대가 존재한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선 제약사가 ‘갑’이다. 수요자인 각국 정부에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조급하고, 간절한 수요자일수록 계약조건은 더 불리해진다. 조금 과장한다면, 비싼 가격으로 구매한 백신의 부작용으로 국민 수십 명, 수백 명이 숨져도 제약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선 정부에 ‘빠른 계약’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계약’을 요구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둘째,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의 안전성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소아·청소년에 대해선 임상시험 결과 등 안전성·유효성 근거도 불충분하다.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과 영국은 23일(한국시간) 누적 확진자(사망자)가 각각 1795만7112명(31만7837명), 207만6749명(6만7668명)에 달한다. 백신의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할 여유가 없을 만큼 피해가 크다. 반면, 한국은 누적 확진자 5만2550명, 사망자는 739명이다. 백신의 실제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예상보다 낮고 부작용이 크다면, 오히려 백신 접종이 더 피해를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최소 2~3개월은 다른 국가의 접종 상황과 안전성·유효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백신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코로나19 종식을 의미하진 않는다. 백신에 대한 맹신은 오히려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를 느슨하게 해 피해를 키울 수 있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건 ‘백신이 도입되면 다 끝난다’는 안이함이 아니다. 철저한 방역으로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