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법안 제정과 적용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8일 '국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과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 비교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환경과 건설업 특성을 고려해 법안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산연은 먼저 국회에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산업별 특성과 환경이 다르고 이미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법률이 운영되는 건설산업의 경우 법안의 제정과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각각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조치 의무 등을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유기징역과 수억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산연은 "이 법안은 2007년 제정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산업재난 예방과 기업의 안전 문화 인식 제고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의무 주체, 중과실 유무, 도급 관계 의무, 손해배상 등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사망사고에 대한 경영진·실무자 개인의 주의 의무 위반 여부가 아니라 조직 관리 적절성 여부 등을 범죄 성립의 주요 요건으로 본다.
영국에서 기업과실치사법이 도입된 2008년 이후 2017년까지 이 법으로 처벌된 사례는 총 25건으로 나타났다.
건산연은 영국의 건설업 사고 사망 십만인율은 2008년 2.04에서 2017년에 1.60으로 연평균 3.3% 줄어 법 제정 전인 1998∼2007년 연평균 2.6%의 감소율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최근 건설 현장 화재 안전 대책 등 조치에 따라 법적 처벌과 경제적 제재가 한층 강화되고 있어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사망사고 방지 의무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추가 제도·법률 운용도 필요하지만, 기업의 투자와 현장 인력의 안전수칙 준수 등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