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배터리 빅3와 정상회담 나선 정의선 부회장…조인트 벤처 가능성도 대두

입력 2020-06-22 15:00수정 2020-06-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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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부회장 이어 LG 구광모 회장 회동…재계 "단순한 물량확보 위해 총수가 움직이지 않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운신의 폭'을 확대하고 나섰다.

삼성과 LG, SK로 점철되는 ‘글로벌 배터리 빅3’와 잇따라 회동하거나 예정하면서 전기차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극심한 배터리 물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조인트-벤처' 형태의 합작사 설립 가능성도 거론된다.

22일 구광모 LG그룹 회장과의 회동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배터리 공급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총수까지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먼저 두 총수의 만남 이전에 글로벌 배터리 산업수요 현황을 짚어봐야 한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극심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동차 산업수요가 반 토막 났으나 전기차는 감소 폭을 줄이며 선전 중이다. 중국과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전기차 판매가 오히려 증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잇따라 글로벌 배터리 빅3 총수와 회담을 갖거나 예정하고 있다. 1차적으로 공급부족을 겪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물량확보 나아가 조인트 벤처 형태의 합작사 설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 왼쪽부터 올해 초 대한상의 신년 인사회에 나선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자 부회장의 모습. (뉴시스)

◇글로벌 車회사 전기차 배터리 수급에 혈안=실제, 올 초부터 전기차 폭증으로 인해 배터리 물량 부족이 현실화됐다.

독일 아우디는 올 초 전기차 배터리 수급 차질로 전기차인 e-트론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순수전기차인 EQC의 올해 판매 목표를 애초 6만 대에서 3만 대로 줄였다. 올 하반기로 예정했던 북미시장 론칭도 내년으로 미뤘다. 배터리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체 자동차 판매는 반 토막 났으나 전기차는 선방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전년 대비 판매가 늘어나기도 했다.

이들 모두 배터리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통해 공급받는다.

특히 LG화학은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를 대비해 폴란드에 3억3000만 유로(약 4500억 원)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산업수요가 예상을 넘어서자 투자 규모를 14억 유로(약 1조9000억 원)로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수요만 애초 계획(30만 대)을 초과하자 실질적인 공급 확대에 나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점진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2025년이면 전기차 배터리를 선점하는 기업이 전기차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잇따라 배터리 빅3와 회동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전자 회장 등과의 회동에서도 현대차 시설이 아닌, 직접 삼성과 LG 사업장을 찾아간 것도 주목해야 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 부회장의 현장 점검'이지만 실제는 전기차 주도권이 이미 이들 배터리 빅3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전기차 시대에서 배터리 물량확보가 중요해진 셈이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미래 배터리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제공=현대차)

◇협업 넘어서 중장기적으로 합작사 가능성도 대두=특정 배터리 기업에 공급망을 집중할 경우 자칫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결국, 글로벌 배터리 빅3를 모두 활용하며 물량 부족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도 숨어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단순 공급물량 확보를 위해 배터리 빅3 총수들과 회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궁극적으로 강화된 협업을 바탕으로 조인트 벤처 형태의 합작사 설립 가능성도 동시에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이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도록 자본을 투입하고 배터리 기업이 기술과 설비건설을 추진해 셀 공장을 세우는 방식이다.

삼성과 LG, SK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4~5위 수준인 현대ㆍ기아차와 협업을 강화하면 시장 진입 초기에 자사 배터리의 성능과 내구성을 입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LG, SK가 배터리를 공급 중인 자동차 회사 가운데 현대ㆍ기아차는 판매 볼륨이 가장 많다.

자연스레 양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받고, 신뢰도를 쌓을 기회이기도 하다.

결국, 정 부회장의 잇따른 배터리 정상회담은 1차적으로 공급물량 확보 2차적으로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한 조인트벤처의 설립으로 귀결된다.

궁극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가운데 일부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날 현대차와 LG 총수가 만난 자리에 현대차 측에서 김걸 기획조정실장과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이 합류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하게 물량이 부족한 전기차 배터리를 받아내기 위해 그룹 총수가 움직이지는 않는다”며 “이 정도까지 운신의 폭을 확대한다면 전략적 투자는 물론 합작사 설립 가능성까지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은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 개발 방향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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