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보릿고개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정유사의 실적 바로미터라 불리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유가마저 하락세를 이어감에 따라 재고평가손실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정제마진(석유제품 판매 가격-원료비)은 배럴 당 3.2달러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손익분기점 아래에 머물렀다.
3~4월만 해도 배럴 당 5달러에 근접하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정제마진은 4월 마지막 주부터 3달러대로 내려앉더니 이후 손익분기점(약 4~5달러 수준) 아래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 상황에서는 정유사들이 휘발유 등을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드라이빙 시즌이 도래하면 정제마진이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예상과는 달리 마진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수요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셰일오일 생산, 미국 정유사 가동률 상승, 중국의 정유 공장 가동 시작 등으로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유가 역시 4월 고점을 찍은 뒤로 하락세다.
이에 더해 최근 미국이 “저유가에 상관없이 현재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늘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앞으로 유가 하락세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재고 관련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상 정유업계는 원유를 사들인 후 2~3개월 뒤에 판매하는데, 유가가 구매 시점보다 더 떨어지면 정유사는 원유를 미리 사들인 양 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앞서 지난해 4분기에도 정유사들은 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떠안으면서 동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부진한 반면, 공급은 미 원유 생산 등으로 증가하고 있어 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유가 전망에 대해 다수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유가는 워낙 불확실성이 강해 예단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2분기 재고평가손실 수준에 대해서는 “6월 말까지는 유가 향방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지난해 4분기만큼의 손실을 떠안지는 않으리라고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유가가 연중 최고점을 찍더니 연말에는 연중 최저를 찍으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며 “작년 말에는 3개월 만에 두바이유 기준으로 유가가 28% 떨어졌는데, 현재 4월 대비 유가는 15%까지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해 4분기처럼 대규모 손실을 볼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