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차장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거나 이혼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남편과 아내, 자녀로 구성된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에서 1인 가구, 동거 등 비혈연,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 한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8 한국의 사회지표’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48.1%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이는 2016년 51.9%보다 3.8%포인트(P) 감소한 것이다. 반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같이 사는 것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56.4%로 2년 전 48%보다 8.4%P 늘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5만7600건으로 전년보다 2.6%(6800건) 감소했다. 이는 혼인 건수가 24만4780건이었던 1972년 이후 최저치다.
보건복지부의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8’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2017년 기준 561만9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현재 국내 한부모 가족은 전체 가구의 10%에 육박하는 181만6000가구(9.6%), 약 450만 명에 이른다.
현행법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만 가족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동거는 통계조차 없다. 학계에서는 동거 가족을 약 20만 가구 정도로 보고 있다.
결혼에 대한 인식과 가족의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끌어안는 정부의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이렇다 보니 혼인으로 구성된 가족이 아닌 이들은 제도권 밖에 머물 수밖에 없다.
혼인으로 맺어지거나 혈연관계가 아닌 동거 커플은 법적으로 남남이다. 동거 커플은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없고, 동거인의 응급수술이 필요할 때도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할 수 없다. 주택공급 정책도 신혼부부 중심이어서 동거 가족은 혜택을 받기 힘들다.
해외 선진국들의 가족 정책은 다양성을 최대한 인정해주고 있다. 혼인이나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이 아니더라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미혼모 가정에는 직업교육과 보육지원 등 자립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동거, 미혼 가정 등을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가 아닌 새로운 가족으로 보고 사회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는 가족의 범위에 사실혼을 추가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환영할 일이나 여전히 혼인 의사가 없는 동거 가족은 배제된다. 혈연 관계만 볼 게 아니라 돌봄과 관계 중심의 ‘가족’도 배려해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가족 정책을 바꾸고 포용적인 사회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pe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