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비공식 자리서 소통? 소 귀에 경 읽기" 우려

입력 2019-01-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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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대기업그룹의 젊은 총수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총괄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각 그룹에서 '세대교체'된 젊은 총수 4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사실상 처음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재계와 소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경제상황이 위기인 만큼 기업에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다만 재계는 소통 이후 정부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3일 재계 및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김수현 청와대정책실장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 LG SK 등 대기업 부회장급 임원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권영수 ㈜ LG 부회장, 김준 SK 이노베이션 사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모임은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정부 규제 관련 기업의 의견들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중심 축으로 하는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기업계 의견과 각종 정책 평가 등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민생·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는 가운데 청와대가 기업계와의 소통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재계 다른 한 관계자는 "비공개로 진행된 행사여서 어떤 분위기였는지 알 수는 없다"면서도 "허심탄회하게 기업의 어려움을 들었다고 하지만, 정부와 기업 대화는 계속 있었는데 정작 기업의 애로사항이 해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김상조 위원장의 '퇴로 없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압박은 이어지고 있고, 최저임금 주휴수당 문제도 결국 재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 외 각종 신사업 규제, 검찰 및 국세청의 무차별 압수수색 등 정부의 반기업 정서는 변함이 없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열리는 경제계 최대 행사인 '신년인사회'에 2년 연속 불참하기로 하면서 재계는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1962년부터 시작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경우는 1984년 전두환 대통령(아웅산 테러사건), 2007년 노무현 대통령(2006년 말 4대 그룹 총수 간담회), 2017년 박근혜 대통령(탄핵으로 대통령 직무정지) 등 3번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필요할 때만 기업인들을 불러 놓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면서 정작 기업 규제는 강화하고 있다"며 "이같은 이중적인 태도를 벗어나 기업이 맘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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