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택자 압박---무주택자가 상팔자?

입력 2018-10-31 06:00수정 2018-10-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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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인상에다 각종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 추락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앞으로 집 없는 사람이 상팔자가 될지 모른다.

요즘 정부와 여당 움직임을 보면 그렇다. 집 있는 사람에게 온갖 불이익을 주려는 분위기다.

먼저 9.13 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했다. 지난 7월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권고안보다도 세율을 더 높였다.

이뿐만 아니다. 집 한 채 있는 사람 이른바 1주택자에게도 제약을 가했다. 실제 거주하지 않고 전세 등을 놓고 있는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해 장기보유 특별 혜택(장특)을 없앴다. 장특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렇지 않으면 내 후년부터는 고가 1주택은 양도금액에 따라 6~42%의 일반 세율이 적용된다. 15년 이상 보유했을 경우 최고 30% 장특 혜택이 주어진다.

집 있는 사람은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1주택자는 새로 집을 살 경우 기존 주택을 2년 내 매각한다는 조건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주택이 9억 원이 넘으면 은행 돈 쓰기가 어렵다.

이게 문제가 아니다. 종부세재산세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자꾸 나온다. 여당 의원도 그렇지만 최근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 개혁을 주장했다. 공시가격 비율이 아파트마다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9.13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시가격의 80%인 시장공정가액 비율을 매년 5%씩 높여 2022년 100%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집값 상승분을 즉각 공시가격에 반영해 세금의 공평성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세금은 자꾸 올라간다.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고가주택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도 재산세 부담이 늘어난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소유자는 대부분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는 소리다.

시가 17억 원짜리 아파를 보자.

지금은 종부세가 없으나 공정시장 가액비율이 100%로 높아지면 농어촌 특별세까지 합해서 연간 170만 원 정도의 종부세를 물어야 한다. 재산세까지 치면 500만~600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할 판이다.

물론 공시가격 반영률을 올리면 세금은 이보다 더 불어난다. 강남권 25평형대 아파트만 해도 대개 17억 원이 넘는다.

어쩌다 강남권에 집 한 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엄청난 보유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변변한 수익이 없는 은퇴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보유세만 해도 매달 40만~50만 원을 내야 할 입장이다. 매월 국민연금 100만 원을 받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는 세금을 못 낼 정도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라고 할 것이다. 돈이 없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말이다. 강남권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해 오랜 기간 살아온 실수요자를 다른 곳으로 내모는 정책은 너무 과한 듯싶다.

집 소유자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니다. 집값은 다른 곳도 올랐고 단지 강남 상승 폭이 좀 컸을 뿐이다. 집을 매입할 당시도 강남 집값은 비쌌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세금을 잔뜩 올려 거주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정부 재원 충당을 위한 보유세 인상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세금이 부족하다는 데 어쩌겠나.

그러나 집값을 잡기 위한 징벌적인 세금 폭탄은 타당하지 않다.

꼭 그렇다면 다주택자에 한정해야지 1주택자까지 세금을 높게 매기면 어쩌란 말인가.

지금은 세금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돼 조용하지만 실제 높은 세금이 투하되면 국민들의 원성은 엄청날 거다.

경기 퇴조로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 무주택자들은 이래저래 골치가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주택자가 오히려 심간이 편할지 모른다.

사실 외환위기를 비롯해 경기가 극도로 침체될 때 정부는 온갖 혜택을 줘 가면서 집 구입을 요청했다. 집을 많이 사주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말까지 했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 와서 유주택자를 죄악시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처사다.

돈 없는 무주택자는 아무리 집을 사라고 해도 원가 자체가 비싸 구입하기 힘들다. 정부가 무상으로 주택을 제공하지 않는 한 무주택자로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주택을 대량 건설했지만 전 가구의 절반은 무주택자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문제는 정부가 해결할 일이다. 임대주택 등과 같은 공공 주택을 대거 늘려 관리해야지 시장 기능에 맡겨 놓을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공공과 민간 주택 시장은 서로 분리시켜 정책을 짜야 정상이다. 그래야만 주택 가격이 올라도 서민들 주거는 불안하지 않다.

주택 가격은 경기 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법이다. 주택 공급량도 수요 여부에 따라 변한다.

앞으로의 주택 시장은 인구 감소· 저성장 기조 등으로 인해 팽창하기 힘들다.

이런 마당에 유주택자를 옥죄는 식의 정책 기조는 경제 발전에 해악이 된다. 요즘 국가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경기마저 가라앉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주식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주택시장 예후도 대충 예상될 것이다.

유주택자를 더 이상 압박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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