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사실상 허용키로 결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섬에 따라 가스요금 인상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종 에너지 공공요금이 잇따라 오르는 '전기요금발(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 등에 따르면 연초부터 원유 및 석탄 등 연료비 폭등으로 각종 에너지 요금 인상폭이 누적, 하반기 공공 요금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한 한국전력은 1.4분기 219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 측은 "연료비가 급등해 구입전력 비용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4분기 두바이유 가격은 전년 동기에 비해 64.1%,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도 각각 126.8%, 59.2%씩 급등했다.
따라서 지식경제부는 우선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재훈 지경부 2차관은 지난 22일 "전기요금은 지난해 7.6%, 올해 상반기 5.5%의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며 "내년은 너무 늦고, 올해 안에 어떤 형태로든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이 에너지 요금 도미노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허용하면 한국가스공사도 LNG가격 급등을 이유로 가스요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할 공산이 높다.
가스공사도 홀수월마다 연료 도입가와 설비 투자비 등을 감안, 가격을 조정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에는 정부 방침에 따라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일년에 네차례(2월,5월,8월,11월) 요금을 조정할 수 있는 지역난방공사도 2월과 5월에는 요금을 동결했지만 연료비가 너무 올라 계속 동결하기는 무리라고 하소연한다.
특히 전기나 LNG 요금이 인상되면 버스나 지하철 등의 공공요금을 묶어둘 수 있는 명분도 약화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상반기 동결시켰던 철도와 지하철, 시내버스요금을 비롯해 상·하수도 요금이나 쓰레기 봉투료와 같은 지방공공 요금들도 꿈틀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인상요인 자체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각종 에너지 공공요금을 눌러 놓기만 해 풍선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역난방공사는 5월 요금을 동결하면서 '연료비 인상 압박이 심해 큰 폭의 인상이 발생하더라도 양해해달라'는 취지의 알림문을 가스 공급 지역에 이미 게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장기간 요금을 동결하면 이후 가격 급등 요인이 더 누적되는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에너지·공공요금의 인상 시기를 분산하고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