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미국에 투자하면 안보 검토 보고서 제출해야…첨단 반도체 제조업체를 비롯 IT 기업 사들이려는 중국 기업이 주요 대상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외국인이 미국 기업에 투자할 경우 안보 관련 검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새로운 투자 제재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FT에 따르면 재무부는 “올해 초 통과한 ‘외국인투자 위험요소검토 개정안’을 기반으로 한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이런 방침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기업 합병과 지분 인수가 국가 안보를 해치는지 검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외국인이 안보 관련 보고서를 빠뜨리면 예정된 거래액 상당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중국 정부와 연계돼 미국 첨단 반도체 제조업체를 비롯해 기타 기술 기업을 사들이려는 중국 기업이 주요 검토 대상이다.
FT는 이 규정이 중국이 미국 기업을 사거나 투자, 제휴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빼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외국 기업이나 해외 투자자가 지배 지분 등을 사들일 때에 국한해 조사했지만, 이제는 소규모 지분 투자에 대해서도 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규제 강화 대상 민감 산업은 27개로, 통신과 반도체뿐 아니라 엔진과 엔진 부품 등 항공 제조, 알루미늄 생산품, 컴퓨터 저장장치, 유도 미사일 및 기타 군 장비 등이 포함된다.
투자 대상 기업은 외국인 투자자가 회사의 비공개정보에 접근할 수 있거나 다른 상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경우 해당 투자 건을 CFIUS에 보고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사회 지명 권한을 가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런 임시 규정은 미국의 중요 기술에 대한 특정한 위험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우수성과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산업을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IT 업계의 미국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묘책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 결정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며 “모든 외국인 투자자가 규제 대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차세대 무선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CIFUS의 우려를 이유로 들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제동을 걸었던 것을 보아, 이번 조처를 사실상 중국과의 ‘기술 전쟁’에 대한 방패로 내세우려 한다는 평가다.
므누신 장관은 이번 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투자 제재안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