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의 본질

입력 2018-07-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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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1부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이달 마무리된다고 한다. 최종 결론이 도출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우선 4일 회의를 열어 논의를 진행한다. 수개월간 수없는 쟁점이 거론됐지만, 지금은 맨 처음의 논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를 바꾼 것이 부적절하다는 데는 심의위원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것을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봐야 하느냐에 대해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5조 원 가까이 폭등했다. 따라서 고의성이 인정되면 누군가는 부당한 방법으로 큰 이득을 취했다는 얘기이니 중징계는 불가피해진다.

한자어로 분식(粉飾)은 꽃가루로 화장하는 것을 말한다. 진짜는 감추고 겉만 그럴싸하게 꾸민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경우가 매출을 부풀리는 행위다.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서로 짜고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

2014년 한 ‘히든챔피언’ 기업에서 터진 분식회계는 허위 매출의 전형적인 경우였다. 회사는 1만 원짜리 가전제품을 250만 원으로 부풀렸다. 그리고 회계법인의 검증을 피하기 위해 드라마 세트처럼 빈 사무실에 집기를 채워 넣고 직원들에게 일하는 것처럼 연극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대차대조표상의 매출은 급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기 행각은 꼬리가 잡혔다. 매출이 증가함에도 계속해서 현금 흐름이 적자를 보이자 하나둘씩 의심하는 이가 생겼고, 급기야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은 이런 가공 매출 등의 전형적인 분식회계의 경우는 아니다.

회계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회계는 숫자로 구성되지만,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계기준 내에서 여러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인정한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회계처리했는지만 명확히 밝히면 세부 기준은 회사가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기업에 자율성을 주는 것은 법 테두리 안에서 기업이 유리한 회계기준을 선택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고의성 여부는 다른 문제이지만, 삼성바이오가 회계 준칙 안에서 기준을 바꿨다면 그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회계학이 수학이나 경제학과 다른 점은 ‘경험과 합의’에 의한 학문이라는 점이다. 회계학은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왜 대차대조표에서 자산은 왼쪽에, 부채와 자본은 오른쪽에 기입하는가. 오랜 세월 상인들이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어떤 이유도 없다. 상인들이 해온 관례를 하나씩 기준으로 만들어 이해관계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회계다.

그럼에도 왜 이토록 삼성바이오 회계 기준 변경건이 시장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을까. 국민이 삼성이란 기업 자체를 최근 불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속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고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지분이 넘겨질 때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느닷없이 공익재단이 등장했다. 업계 최초였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으로 넘기는 과정에서는 갑자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각종 편법 의혹이 삼성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린 셈이다. 삼성이 어떤 일만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계의 기본까지 무시하고 분식회계건을 판단해선 안 된다. 분식회계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철저하게 회계 준칙을 지켰느냐, 아니냐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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