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기업이었나’ ‘한화·이베스트證 주관사 맞나’ 놓고 의견 분분 …나신평 “신용등급 A, 종합적 평가” 한화도 “단순주선 책임無” 발뺌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이하 CERCG)의 또 다른 자회사가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3억5000만 달러(약 3745억 원)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의 디폴트(채무불이행)다. CERCG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된 모든 채권이 동반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1646억 원 규모로 발행된 ABCP도 부실화 논란에 휩싸였다.
투자한 금융기관은 현대차투자증권(500억 원), KB증권(200억 원), BNK투자증권(200억 원), 유안타증권(150억 원), 신영증권(100억 원) 등 증권사를 비롯해 KTB자산운용(200억 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 원) 등이다.
가장 큰 논쟁거리는 CERCG의 ‘국유기업’ 여부다. 일부 채권단은 민간기업인 CERCG가 지방공기업으로 ‘둔갑’돼 ABCP가 국내에 유통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신용평가를 맡은 나이스신용평가는 베이징 정부가 연관된 CERCG 지분구조와 베이징 정부의 지원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 신용등급을 A로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CERCG의 최대주주는 베이징시 상무국이 100% 지분을 가진 부래덕실업공사(지분율 49%)로, 2대주주는 중국해외공주그룹(지분 27%)이다. 나신평은 중국해외공주그룹을 국유기업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유자산관리위원회(SASAC·국자위)는 중국해외공주그룹이 등록된 기업이 아니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분이 있더라도 국자위에 등록되지 않았으면 공기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결국 CERCG도, 2대 주주 기업 역시 국자위에 등록되지 않은 기업이라 정부 지원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나신평은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기준은 여러 가지라고 반박한다. 나신평 관계자는 “중국 교통은행이나 중국은행(Bank of China) 같은 기업도 국자위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국유기업으로 분류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100%로 지분을 보유한 국유독자회사도, (정부가) 50% 미만의 지분을 들고 있어도 국유기업”이라고 반박했다. 또 “CERCG에 대한 정부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기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보통’으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쟁점은 ‘주관사’의 책임 문제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CERCG 자회사가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달러화 채권을 ABCP로 유동화하는 데 참여했다. 일부 채권단 관계자는 CERCG가 사실상 공기업 판단 여부가 어려운 것을 인지하고도 다른 증권사에 무리하게 판매한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한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주관사는 CERCG의 한국 시장 첫 발행상품이지만 중국 및 홍콩 현지 기업실사는 물론 유선접촉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홍콩의 에이전시를 통해 발행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며 “두 증권사가 애초 주관사로서의 발행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면 이러한 사태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해당 ABCP는 주관이 아니라 ‘주선’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관은 실사의 의무가 있지만 ‘주선’의 경우 기업 실사의 의무가 없다”면서 “신용등급이 이미 부여된 회사채를 인수해 주선한 것이며 기관투자가와의 거래이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채권단 사이에서 CERCG의 자구안 발표에 대한 우려가 재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비롯해 나신평, 채권단 등은 4일 CERCG 중국 본사를 직접 방문해 이달 말 자구안을 내놓겠다는 뜻을 받아냈다. 그러나 최근 CERCG가 자구안은 내달 중순 이후에 나올 것이란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채권단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2분기에 손실로 반영해야 하는 입장에서 자구안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