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넘어 MB로’ 향하는 ‘檢 칼끝’

입력 2017-09-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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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차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피해 문화예술인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등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국정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고소 대리인단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고소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저지른 정치공작 비리의혹 수사가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 확대될 전망이다. MB국정원의 ‘비판세력 제압 활동’이 문화·예술계 인사에 이어 여야 정치인·학자·언론인 등 각계 인사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되자, 검찰의 국정원 수사 대상과 범위 확대가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의 칼끝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넘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측근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원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원 전 원장은 재직 당시 광범위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공작을 진두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원 전 원장을 소환해 사이버외곽팀 운영과 관련한 지시 및 공모 여부, 외곽팀에 지급된 예산의 출처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그는 최대 48개에 달하는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고 이들에게 70억 원 가량의 국가 예산을 부당 지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 공격 △연예인 퇴출 시도 △방송장악 △사법부 공격 등 일련의 정치공작을 진두지휘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재임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한 정황도 파악하고 외곽팀 운영 등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이번 조사가 이 전 대통령과 MB정부 청와대 인사들로 향하는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원 전 원장이 사이버 외곽팀 활동에 대한 지시를 넘어, 이 전 대통령 및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관련 사실을 직접 보고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전날 국정원 추명호 전 국장과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국정원의 악의적인 비난 활동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국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최순실씨 관련 ‘비선 보고’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영화배우 문성근 씨 등 5명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남재준·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국정원 간부·직원 등 총 8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강요,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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