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원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원 전 원장은 재직 당시 광범위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공작을 진두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원 전 원장을 소환해 사이버외곽팀 운영과 관련한 지시 및 공모 여부, 외곽팀에 지급된 예산의 출처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그는 최대 48개에 달하는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고 이들에게 70억 원 가량의 국가 예산을 부당 지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 공격 △연예인 퇴출 시도 △방송장악 △사법부 공격 등 일련의 정치공작을 진두지휘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재임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한 정황도 파악하고 외곽팀 운영 등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이번 조사가 이 전 대통령과 MB정부 청와대 인사들로 향하는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원 전 원장이 사이버 외곽팀 활동에 대한 지시를 넘어, 이 전 대통령 및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관련 사실을 직접 보고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전날 국정원 추명호 전 국장과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국정원의 악의적인 비난 활동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국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최순실씨 관련 ‘비선 보고’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영화배우 문성근 씨 등 5명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남재준·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국정원 간부·직원 등 총 8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강요,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