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분위기와 관련하여 일본의 언론들이 오보(誤報)를 하자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와 언론을 향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처럼 유감을 표명하는 일은 국가 간에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국내 정치 상황에서도 자주 일어나곤 한다. ‘유감 표명’이라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많은 사람들이 유감을 ‘있을 유’자와 ‘느낄 감’자를 쓰는 ‘有感’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즉 상대방의 언사나 행동에 대해 ‘뭔가 불편한 감정이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유감을 표명한다고 할 때의 유감은 ‘有感’이 아니라, ‘遺憾’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남길 유’, ‘섭섭할 감’으로 훈독한다.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遺憾’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遺憾을 표명(表明)한다는 것은 섭섭하더라도 안에 넣어둔 채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상황만큼은 도저히 안에 넣어둘 수 없어 밖으로[表:겉 표] 드러내어 세상을 향해 밝힌다[明:밝힐 명]는 뜻이다.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 사이든 遺憾은 있을 수 있다. 유감이 있을 때는 서로 그것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유감을 표명해도 못 들은 체 그냥 넘어가려 하는 사람도 있고 나라도 있다.
일본이 대표적인 예이다. 아베 총리나 고위 관료들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해도, 위안부 할머니를 욕되게 하는 망언과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해도, 일본은 못 들은 체 그들의 뜻을 끝내 바꾸지 않는다.
유감이 쌓이면 평화를 해친다. 응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응징할 힘이 없는 경우이다. 분통이 터진다. 지금 우리가 그런 분통 터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한제국 말기, 일제의 침략 앞에서 분통만 터질 뿐 속수무책이었던 일이 자꾸 떠오른다. 단결하여 힘을 길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