訴狀 구겼다 폈다… 벼랑 끝 몰린 이통사

입력 2017-08-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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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 선 통신요금 할인...정부, 이르면 16일 이통사에 최종안 통보 소송 여부 결정날 듯

이동통신 3사가 정부가 추진 중인 25% 요금할인(선택약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최악의 경우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을 최종확인했다. 하지만 소송 이후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만큼 고심에 빠졌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9일 오후 각자 법무법인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25% 선택약정 시행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다. 의견서에는 할인율 상향(20→25%) 조치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유로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통 3사의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일주일 안에 최종본을 보내고 다음달 1일부터 25% 선택약정 제도를 강행할 방침이다. 소송이 현실화한다면 이통사가 통신 주무부처를 상대로 소송하는 첫 사례다. SK텔레콤은 태평양, KT는 율촌, LG유플러스는 김앤장에 자문했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할 만큼 강경한 입장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통사들도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송에 나서자니 자칫 새 정부의 눈 밖에 날까 우려되고 소송을 안 하자니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역으로 배임 소송을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25% 선택약정으로 인한 피해가 워낙 큰 만큼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소송에 나선다 하더라도 어쨌든 새 정부에 처음 반기를 드는 업계로 낙인 찍힐 것이 뻔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인상할 경우 가입자 평균 요금 월 4만 6200원을 기준으로 현재 약정할인 가입자 1500만 명에게 연간 4139억 원을 추가로 할인해 줘야 한다. 이 경우 연간 영업이익은 2069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단말기 지원금보다 약정 할인액이 월등히 커져 약정 할인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40%까지 증가하면 연간 손실액은 1조원까지 감소해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게 통신업계의 주장이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이통사가 소송에 나서더라도 주가 하락을 우려한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제도(ISD)’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제도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통신 3사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SK텔레콤 42.9%, KT 49%, LG유플러스 48.6%에 달한다.

실제 소송전으로 치달을 경우 25% 선택약정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3사와 제조사의 휴대전화 출고가 담함 의혹에 대해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통3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은 현재 효력정지 상태다.

이통사가 소송을 강행하면서 시간 끌기에 돌입할 경우 정부는 법 개정에 나설 수도 있다. 행정소송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추진되면 법을 바꾸면 된다는 것. 결국 정부와 통신업계의 힘겨루기가 국회로 공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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