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틀째 국가재정전략회의 주재…증세론 구체화 되나

입력 2017-07-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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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이 군불을 지폈고 청와대도 논의할 뜻을 밝혔다. 반면 재정당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국가 살림 밑그림을 그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시발점으로 국정과제 재원조달을 위한 본격적인 증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전날에 이어 이틀째 국가재정전략회의를 당·정·청 합동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다. 이 자리에서는 일자리ㆍ성장동력ㆍ저출산ㆍ민생 등 ‘주요 분야별 재정투자방향’을 집중 논의한다. 또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의 재원 조달 방안으로 거론되는 지출구조조정 방안을 놓고서도 머리를 맞댄다.

전날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렸던 재정전략회의에서는 정부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5년간의 재정정책방향이 논의됐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초대기업, 초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을 제안하면서 정부ㆍ여당발 증세론에 방아쇠를 당겼다. 추 대표는 “소득 200억원 초과에서 2000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 22%를 유지하되 20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자”며“소득재분배를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인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도 42%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 5년간 ‘100대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178조원의 재원 마련 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정부는 세입 확충분(82조6000억 원)의 4분의 3가량(60조5000억 원)을 세수 자연증가로 메운다지만, 경기가 나빠질 경우 세수결손이 불보듯 뻔하다. 더욱이 해마다 12조 원가량 세수가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재정 운용은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해마다 비과세 감면 정비 등으로 2조3000억 원, 탈세 과세 강화 등으로 1조1000억 원, 세외수입 확대로 1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현실성이 부족하며, 꾸준히 시도돼왔던 세출 구조 개혁도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미 박근혜 정부 때부터‘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이뤄진 만큼 증세 논의가 시작되면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좀 더 나은 복지 등을 하려면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갖고 정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법인세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등의 작심발언을 하며 증세론에 힘을 보탰다. 장관급 회의체에서 증세가 거론된 건 처음이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장관들도 증세 필요성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증세를 언급하기 부담스러운 만큼 여당 대표와 정치인 출신 장관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증세론은 이날 이틀째 이어지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특히 당정청 핵심인사들에 17개 정부부처 예산담당 실장들까지 처음으로 배석하는 회의인 만큼 참석자들이 ‘끝장토론’을 벌일 경우 문재인 정부 증세 계획은 구체화될 수 있다. 정부가 당장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 증세를 공식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여당의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내년 6월 지방선거’라는 변수가 아직 남아 있다. 재정당국이 증세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 우원식 대표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추 대표가 말한 것은 당에서 정리 중이어서 문재인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본다”며“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있다면 솔직히게 밝히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과 절차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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