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더불어민주당 의원)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국토교통부 장관 입각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경기 고양시정)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다 만난 할머니들에게서 들은 고단한 삶 이야기 떠올랐고, 국토부 관련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제안을 받아들여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총선 때 선거운동 하느라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연세 많은 할머니들이 모여 계셨다”며 “제게 아무 것도 바라는 게 없고, 임대주택이라도 노인들이 살 집만 (마련)해주면 찍겠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이어 풀어낸 이야기는 이렇다.
“한 할머니는 다세대주택 지하에 사는데 월세가 30만 원, 옆 할머니는 50만 원이라고 했다. 한 할머니는 수입이 전혀 없다고 했고, 50만 원 월세 내는 분은 아들이 한달 200만 원 정도 버는 일자리 갖고 있지만 아들한테 집세를 달라고 할 수 없어서 평생 장사해서 모아놓은 돈으로 산다더라. 그런데 월세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어떤 때는 하루 한 끼만 먹기도 하고, 무료급식이 없으면 밥을 못 먹기도 한다고 했다. 할머니가 너무 안타까워서 끌어 앉았는데 등 뒤의 앙상한 뼈가 만져졌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할머니들 말씀하시는 걸 보니 우리 당을 찍는 것 같진 않았다.(웃음) 그래도 선거 후에 무료급식장에서 다시 만나니 저를 보고 그 얘길 또 하셨다. 국토부 장관 제안을 받고서 ‘한 번 해볼까’ 생각한 건 할머니들 말씀이 계속 제게 남았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국민의 집 국토’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장 시절 밝혔던 기조인 ‘따뜻한 예산’에 이어 이번엔 ‘따뜻한 주거‧교통정책’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지금까지의 국토‧교통에 관한 정부 정책이 따뜻하지 않았다고 일괄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주거‧교통정책이 국민 삶을 따뜻하게 하는 정책, 세심하게 보살피는 정책이 돼야 한다”며 “그런 마음으로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국토부 관료 장악력 우려엔 김 후보자는 “일단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뒤 가서 보겠다”고 웃어 넘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