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국내 거시경제 변수 중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소비자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워낙 많고 최종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정책방향 또한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영향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5일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산업 지원 정책이 유가의 하락, 최소한 정체를 불러와 국내 물가 상승세 역시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선 공급측 요인 중 국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비춰볼 때 최근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당시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America First Energy Plan)'을 발표했다.
미국 내 화석연료 개발과 생산 확대 등을 통해 국제 석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미국 적대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이 셰일가스 등 원유 생산을 확대하면 OPEC의 감산 합의 이후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 1월 평균 배럴당 26.9달러까지 내려가며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올해 1월에는 53.71달러로 2배가량으로 올랐다.
국제유가는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로 2012년 10월(2.1%)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국제유가 반등 여파로 그간 물가 안정세에 기여했던 석유류가 1년 전보다 8.4% 뛰어 전체 물가를 오히려 0.36%포인트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에 0.1%포인트의 변동을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유가가 워낙 낮았던 만큼 기저효과 때문에 당분간은 국제유가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장기적으로 달러 강세 현상이 예견되는 점은 국내 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달러 강세, 즉 원ㆍ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중간재 등 수입물가에 영향을 미쳐 최종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와 규제완화 등으로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면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이는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져 역설적으로 달러 강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달러 강세는 국제유가 하락요인인 만큼 국내 물가 상승요인(달러 강세)과 하락요인(유가 하락)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
통상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달러 이외의 통화를 가진 투자자의 원유 구매력을 떨어뜨려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