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 대신 지급하려는 위로금이 보험업법상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로금은 보험계약상 금액이 아닌 만큼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미지급’과 같다는 비판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12일부터 자살보험금 미지급금(1134억 원)의 약 17.6%인 200억 원을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위로금이란 개념은 보험업법, 보험업법 시행령, 보험업법 시행규칙에도 전혀 없는 개념이다. 보험약관상 손해보험에만 위자료 개념이 있지만, 이는 전체 보험금 안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보험금을 대체하는 위로금’은 보험업법과 약관에는 근거가 없는 셈이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험금을 주고 이를 지연해서 줘서 위로금을 추가로 더 지급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보험금을 위로금이 대체할 수는 없다”며 “위로금은 보험업법상 전혀 근거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로금이라는 전제하에 2011년 이후 청구자에게만 지급하는 것도 논리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보생명은 보험업법에 보험사들의 ‘기초서류(약관) 준수의무’가 지워진 2011년 1월 24일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만 지급하기로 했다. 조재빈 한국소비자원 차장은 “위로금이라면 보험업법과 무관하게 일종의 사회적책임에 따라 주는 것인 만큼 2011년 1월 이후 청구자가 아닌 미지급 대상자 전원에게 주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교보생명이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 카드를 꺼낸 것은 위로금 형식이 배임이라는 ‘법적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덜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이를 어기고 지급할 경우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법적으론 위로금도 배임에선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위로금이든 보험금이든, 회사로선 지급 의무나 책임이 없는 돈을 지급함으로써 제3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배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한화생명도 교보생명에 이어 2011년 1월 24일 청구가 들어 온 자살보험금만 지급하기로 했다. 위로금이 아닌 보험금 형식이다. 삼성생명만 아직 지급 여부나 형식을 결정짓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