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앤골퍼]‘25g’ 깃털같은 샤프트 장착한‘탱크’ 글로벌 시장 돌격

입력 2016-11-04 07:13수정 2016-11-0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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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초경량 샤프트를 개발한 박용관 델타인더스트리 대표이사

#1.일본에서 바이어가 왔다. 한국에서 초경량 샤프트가 나왔다는 것을 알고 찾아온 것이다. 샤프트 공장을 둘러본 일본 바이어는 샤프트와 헤드를 점검하더니 색다른 주문을 했다. 그리고는 호텔로 돌아갔다. 다음날 오기로 하고. 그러자 델타인더스트리 이재웅 이사는 꼬박 날밤을 샜다. 바이어가 요구한대로 제품을 만들었다. 일본의 바이어들은 새벽에 공장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2.일본의 스포츠매니지먼트사 대표가 소속 프로골퍼의 드라이버를 맞춰줄 수 있느냐고 찾아왔다. 공장을 둘러본 그 대표는 “조립과 피팅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델타인더스트리 박용관 대표에게 물었다. “공장에서 직접 실험하며 터득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던 그 대표는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

▲델타인더스트리 박용관 대표이사
김포에 자리잡은 델타인더스트리(대표이사 박용관)는 샤프트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직원은 고작 12명. 그런데 이렇게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만든 샤프트가 일본으로 수출한다. 사실 골프클럽의 샤프트는 일본이 최고다. 그런 일본에서 수입해 갈 정도면 그 성능은 세계 최고라고 봐도 된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메이드 인 코리아’로 수출한 것이 ‘메이드 인 재팬’으로 둔갑해 한국으로 수입된다는 것이다. 가격도 엄청나다. 샤프트 한 개에 150만 원이 넘는다.

델타인더스트리의 브랜드는 ‘탱크(TANK)’. 타이틀리스트나 캘러웨이, 혼마 등 외제브랜드에 비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다 긴다 하는 국내 프로들이 이 샤프트만 보면 열광한다. 특히 시니어 프로골퍼나 파워가 약한 골퍼들은 ‘탱크’에 목매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샤프트가 ‘깃털’처럼 가볍다. 헤드를 장착한 드라이버를 들어보면 “아니, 이렇게 가벼울 수가 있을까”하고 깜짝 놀란다.

드라이버에 사용하는 샤프트는 대부분 40~50g. 그런데 델타가 제작한 샤프트는 25g이다. 세계 최초다. 올해 세계적인 브랜드인 일본의 후지쿠라가 선보인 샤프트는 29.9.g. 이는 델타가 후지쿠라보다 기술력에서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오직 샤프트만을 위해 ‘혼(魂)’을 쏟아 부은 박용관 대표는 26년간 한 우물을 판 외골수다.

박 대표는 “세계적인 샤프트 제조 기업들과 ‘한판 붙어보자’하고 여기까지 왔다”며 “그래도 완전하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겸손해 한다.

그는 “제품이 좋지 않으면 외국은 물론 국내 완제품 업체들도 등을 돌리게 마련이다. 샤프트는 중량과 성능에서 눈에 띄는 차별화 없이 골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타사에서 전혀 시도하지 못한 부분에서 차별화를 통해 골프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았다고 했다. 그가 마케팅 대신에 연구·개발(R&D)에 매달린 이유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OEM)으로 나가는 샤프트를 제작하면서도 R&D에 집중 투자했다.

국산 골프클럽의 대부분이 델타의 샤프트를 사용했다. 델타가 생산하는 샤프트 종류는 100여가지로 전국 100여개의 피팅숍에 샤프트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수출하는 샤프트는 고온열처리 방식으로 제작한 90톤 짜리로 임팩트 이후 복원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델타인더스트리 이재웅 이사(오른쪽)
1990~2000년대만 해도 클럽에 대해 골퍼들은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었다. 외제브랜드를 사용해 잘 맞지 않으면 자신의 스윙이나 기술을 탓했다. 하지만 국산클럽을 사용해 이런 일이 발생하면 “국산이니까 그렇지 뭐”하고 100% 클럽성능의 핑계를 댔다.

이것을 잘 아는 그는 “70%가 만족하더라도 나머지 30%가 골프클럽을 탓한다. 그래서 고객만족도 80%가 되기 전에는 본격적으로 제품을 내놓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샤프트를 만들면서 골프를 배우지 않았다. 골프를 수준급으로 치면 자신의 제품에 만족한다. 그러면 내 제품이 가장 좋은 줄 알고 발전 없이 퇴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여자프로 문현희(33·AB&I)가 공장을 찾아 드라이버를 피팅했다. 신기하게도 비거리 늘어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드의 샤프트를 교체했다. 그러더니 아예 전 클럽을 다 가져와 샤프트를 바꿨다.

델타는 드라이버부터 웨지까지 완제품을 만들고 있다. 탱크 드라이버의 강점은 가볍기 때문에 스윙하기가 편하다. 무엇보다 드라이버 비거리에서 골퍼들에게 큰 만족을 주고 있다. 일반 골퍼의 경우 최소 5야드 이상은 더 나가고, 70야드가 늘은 골퍼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초경량 샤프트 개발의 단초가 됐다. 샤프트가 가볍다 보니 리듬감 있고, 편안한 스윙이 가능했던 것. 델타의 조사 결과 이런 점이 비거리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초경량 25g 샤프트도 이런 맥락에서 개발됐다.

획기적인 샤프트개발에는 박용관 대표와 이재웅 이사의 피땀 어린 노력이 숨어 있다. 이 이사는 샤프트개발에 거의 신들린 듯한 기인(奇人)이다. 박 대표는 새로운 샤프트가 출시되면 헤드를 끼워서 이것을 갖고 무조건 스카이72 드림레인지와 인근 골프연습장으로 향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시타를 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는 설문지를 작성한다. 이것을 갖고 이 이사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다. 강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날밤을 새기 일쑤다.

그의 경영철학이 조금 독특하다. 접대문화가 발달한 국내 기업특성상 그는 처음부터 이를 차단했다. 제품이 좋지 않아서 이를 술 접대로 때울 생각인 사람은 자신과 일을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런 그의 철저한 근성과 뚝심으로 165.3㎡(50평)짜리를 임대해서 시작한 사업이 이제는 2314㎡(700)평이 넘는 공장과 사무실을 갖게 됐다.

IMF 외환위기 직후의 일이다. 한때 폭등한 환율 덕(?)에 외산 골프클럽 값이 크게 올랐다. 그 반사이익으로 직원들과 함께 6개월간 철야를 했다. 일주일에 4~5일 밤을 새다 보니 집사람을 비롯해 직원들이 입원까지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되겠다 싶어 두꺼비집을 내리는데 직원들이 이를 말렸다. 쓰러지더라도 공장에서 쓰러지자는 것이었다.

박용관 대표는 “내 스스로는 아직도 샤프트에 2%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완전히 만족할 만한 제품이 아니지만 우리 것을 사용하는 골퍼들이 크게 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골프역사에 남을 만한 초일류 제품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 선수들이 우리 제품을 갖고서 세계를 제패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김포(경기)=안성찬 골프대기자 golfahn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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