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절벽’ 해법, 전문가 진단… 투자환경 조성 위해 기업규제도 대폭 풀어야
유일호 경제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일호 경제팀은 올해 추경, 개소세 인하 등 동원 가능한 경기부양 카드를 모두 꺼냈지만 좀처럼 경기회복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0%에 가까운 비중을 둔 삼성전자와 현대차동차의 돌발 변수까지 생기면서 각종 경기지표를 압박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팀은 9월 11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10월 10조 원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4분기 성장절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후의 보루인 ‘금리 인하’ 카드가 남아 있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4분기 최악의 상황이 예상되지만 유일호 경제팀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는 것이다.
4분기 집행예정인 최대 36조 원 규모의 예산으로 최대한 방어를 해 추가적인 경기 악화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올 4분기의 경기악화 심리가 내년으로 이어지지 않게 차단막을 형성하고 내년 경기부양에 힘을 쏟겠다는 구상이다.
경제전문가들도 정부가 올 4분기 예정된 경기부양 정책을 흔들림 없이 진행한 뒤 추가적인 경기악화 방지를 세워 내년도 경기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과 현대자동차 파업으로 일정 부분 거시경제 미치는 영향이 생길 수 있지만, 못 견딜 정도의 파장은 없을 것 같다”며 “이미 정부도 올 4분기에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현재 추진 중인 경기부양책으로 일정 부분 방어가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의 경기악화 흐름이 내년으로 이어지지 않게 준비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갤럭시노트7과 현대차 파업 등의 변수가 불안하고 아쉬운 상황이지만 정부가 이럴 때 일수록 부화뇌동하지 않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올 4분기 경기부양보다는 내년 초에 예산을 조기집행해 추가적인 경기 악화 심리가 지속되지 않게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 역시 비슷한 조언을 내놓았다.
주 실장은 “현재 정부가 추경과 재정정책 등의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다 쓴 것 같다”며 “올 4분기보다는 내년 상반기 경기회복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내년 연간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예산 중 연초에 집행 가능한 자금을 풀어 경기부양을 살리는 방안이 좋을 듯하다”며 “다른 정책지원 자금 역시 체계적인 집행도 중요하지만 내년 상반기에 미리 사용 가능한 부분을 집행해 경기부양 효과를 노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 실장은 소비심리를 살리고 기업의 투자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과 동시에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며 “당장은 재정정책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올해 이후를 생각하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게 맞춤형 규제 완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