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이 음주에 대한 권고 방침을 바꾸면서 주류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맥주와 와인 등 주류업체들은 수십 년간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 보건당국의 조언과 방침에 혜택을 입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 보건당국이 가벼운 음주도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기존의 권고와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특히 주류업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영국, 러시아의 주류업체들이 이러한 권고 사항의 변화 조짐에 따른 압력에 놓이게 됐다. 지난 1월 영국 보건당국은 적당한 음주는 심장에 좋다는 권고안을 철회하고 알콜이 발암 가능성을 높인다는 새로운 권고안을 내놨다. 영국 보건부 수석전문위원 샐리 데이비스는 한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음주에 있어서 안전한 수준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달 미국 보건복지부 역시 가벼운 음주는 심장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존의 음주 관련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 가이드라인 변경 사유에 대해서는 관련 적당한 음주와 건강상의 연관관계에 대해 더 심도있는 연구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알콜 섭취 권장량 최대치를 낮추면서 알콜 섭취 반대 흐름에 합류했다. 러시아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사항에 맞춰 알콜 판매를 제한하고 맥주와 보드카에 부과하는 세금을 인상했다.
알콜의 유해성을 옹호하는 연구진이 관련 정책을 입안시킬 움직임을 보이자 주류 업체들이 이러한 주장을 반박할 만한 근거 마련에 나섰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주류업체 4곳은 공동으로 수천만 달러를 투입해 알콜 유해성과 관련해 연구에 나섰다. 전 세계 주요 맥주 제조사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는 미국 맥주연구소(Beer Institute)는 지난 4월 알콜 비판론자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힘을 얻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주류업계가 이처럼 보건당국의 가이드라인 변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정부의 권고안에 따라 해당국의 각종 주류 관련 정책과 주류세, 마케팅 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2009년 지나친 음주를 경계하는 권고안을 내자 연간 1인당 음주 소비량이 10.6ℓ에서 9.7ℓ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