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이번 주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에서 동시에 상장한다. 올들어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정보·기술(IT) 업체의 IPO가 드물었던 만큼 라인이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망했다.
라인은 오는 14일 미국 뉴욕에서, 15일 일본 도쿄에서 각각 상장한다. 2014년부터 상장설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만큼 시장의 기대는 크다. 공모가 범위는 이미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최근 회사는 공모가 범위를 2700~3200엔(약 3만880원~3만6600원)에서 2900~3300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망대로라면 올해 전세계 IT 기업 IPO 중 최대 규모가 되며, 기업 가치는 69억 달러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1160억 엔을 조달, 이 자금을 페이스북과 위챗 같은 경쟁업체에 도전하기 위한 투자금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라인의 상장 타이밍은 좋지 않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 바탕 요동친 데다 여진이 남아있는 상태이기 때문. 실제로 라인은 지난달 27일 공모가 범위를 확정·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브렉시트 결정 여파에 증시가 요동치자 28일로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시장이 불안한 만큼 최근 투자자들이 IT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도 라인의 상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당 수의 전문가는 올들어 유독 미국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세계 IT 기업의 IPO 가뭄이 심했던 만큼 라인이 뜨거운 관심 속에 증시에 데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시장분석업체 래피트레이팅스의 제임스 겔러트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이 고를 수 있을 만큼 시장에 IPO가 많다면 라인으로서는 훨씬 어려운 타이밍이었을 것”이라면서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라인이 상당한 환영을 받고 증시에 데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 라인은 페이스북의 메신저 앱 ‘와츠앱’의 경쟁업체로서 아시아 지역에서 대중성을 입증받았다. 현재 월간 기준 실질 사용자 수가 2억18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3분의 2가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IPO는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기본적인 성격도 있지만 그간 투자 유치만을 통해 성장해온 회사가 자신의 몸값을 공개적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IT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IPO를 통한 몸값 책정을 꺼리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올해초 중국발 악재 등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들 스타트업이 IPO를 피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IPO에 나선 IT 스타트업은 단 7곳. 이들이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8억9400만 달러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8곳이 IPO를 통해 45억 달러를 조달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라인의 증시 데뷔 무대가 시장의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가뜩이나 메마른 IPO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