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은 국제팀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결정짓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성과 반대 진영에서 조성하는 공포 분위기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브렉시트 반대 진영에서는 영국의 경제 파탄을 경고하고, 찬성 진영에서는 이민자 유입에 따른 사회 혼란을 주장한다.
‘헤지펀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조지 소로스도 브렉시트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소로스는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기고문을 통해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영국 유권자 대부분이 가난뱅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렉시트가 24년 전 ‘검은 수요일’ 때보다 더 심각한 영국 파운드화 대폭락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저주’도 함께 말이다.
그의 서슬 퍼런 경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로스는 1992년 9월 공개적으로 파운드화 대폭락을 예고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영국은 소로스의 경고를 무시했다. 파운드화 폭락을 방어할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로스가 행동대장을 맡은 환투기 세력을 막기엔 영란은행의 총알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 소로스가 일일 환투기에 베팅한 금액은 100억 달러에 달했고 그를 뒤따른 헤지펀드들이 내다 판 파운드화는 110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영란은행의 금고가 바닥날 위기에 놓이자 영국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당시 참여했던 유럽 환율조절 메커니즘(ERM)’을 가입한 지 6년 만에 탈퇴했고, 유럽 역내 경제 패권을 독일에 넘겨주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영국은 1992년처럼 또 한 번 소로스의 경고를 받았고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물론 ‘경제 약세’에 베팅해 이익을 챙기는 소로스의 호들갑(?)을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국이 24년 전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