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더 이상 저평가해선 안 되는 스타다! 왜? [배국남의 스타탐험]

입력 2016-05-03 09:10수정 2016-05-09 06:5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여스타 중 가장 질적 변화·진화를 한 배우!

▲2일 열린 영화 '아가씨'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민희.(사진=뉴시스)
“처음으로 칸에 간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김민희(34)다. 그 옆에 있던 박찬욱 감독은 “김민희는 칸에서 상을 받고도 남을 만한 연기를 했다”는 찬사를 한다.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1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김민희가 어떤 모습을 연출할까 떠올려본다.

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아가씨’ 제작발표회장에 3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취재 열기의 원인은 한국 영화가 칸, 베를린, 베니스 등 3대 국제영화제에서 4년 동안 무관에 그치는 상황에서 한국영화로 4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 대한 관심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있다. 연기자적 질적 진화와 변화가 작품에서 거듭되는 김민희가 ‘아가씨’에서 보여줄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다.

“앞으로 연기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영화라고 생각했다. 박찬욱 감독님은 굉장히 개방적이고 배우가 가진 개성을 펼치는 장을 열어주는 연출자다”라는 김민희의 언표는 그녀의 연기자적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여스타 중 가장 비약적으로 질적 변화와 진화를 꾀하는 배우로 성장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국 소설가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를 1930년대 조선과 일본을 배경으로 상속녀 아가씨(김민희)와 재산을 가로채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 이야기로 재구성한 영화, ‘아가씨’에서 김민희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을 예정이지만 세상 물정에 무지한 히데코 역을 맡았다. 박찬욱 감독은 히데코 역을 연기하는 김민희에 대해 “무엇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났다. 배역이 극단적 행동을 해도 그걸 잘 이해했다”며 캐릭터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김민희는 화가 윤희정역을 통해 일상성과 비일상성의 기막힌 조화를 이룬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았다.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기대 이하였던 ‘우는 남자’에서 조차도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것은 김민희 연기력 밖에 없다”는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아가씨'의 주연 김민희와 하정우.

1999년 데뷔작인 ‘학교2’에서 반항적 캐릭터로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던 연기자로 이후 출연하는 드라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2000) ‘줄리엣의 남자’(2000) ‘순수의 시대’(2002) ‘형수님은 열아홉’(2004)와 영화 ‘순애보’(2000) ‘서프라이즈’(2002)에서 기계발음을 연상시키는 대사 연기 등 최악의 연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N세대 대표 스타 이미지로 수많은 광고에 출연하는 등 CF와 사적 영역에선 화려한 스타의 행보를 걸었던 이가 김민희였다. 그런 김민희에게 대중의 평가는 냉혹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배우로서의 질긴 편견과 시간조차 깨지 못하는 저평가의 무서운 관성은 이때부터 생겨났다.

전문가나 관객, 시청자가 연기력 부족 스타를 거명할 때 조건반사적으로 포함됐던 김민희가 연기자로서 급변한 것은 바로 오디션에서 탈락하고도 노력과 의지로 출연하게 된 드라마 ‘굿바이 솔로’(2006)였다. 제작진으로부터 5번의 퇴짜를 맞고도 “정말 배역이 마음에 들고 연기를 배우고 싶었다”는 김민희. 스타로서의 체취를 없애고 연기에 대한 열정하나만으로 출연한 ‘굿바이 솔로’에서 고질적인 발성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고 세밀한 대사와 표정연기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전 작품에서 김민희와 캐릭터가 따로 놀아 시청자와 관객에게 몰입을 방해했던 것에서 벗어나 캐릭터 속으로 김민희가 완전히 들어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데뷔 7년만에 처음으로 연기력을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여배우들’(2009)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캐릭터에 잘 살려내고 ‘화차’(2012)에선 일상성과 자극적 강렬한 상황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연애의 온도’에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연기의 진수를 드러냈다. 칸, 베를린 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에서 인정받는 박찬욱,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출연해 감독과 관객에게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이끌어냈다.

▲김민희를 연기자로서 평가받게 해준 드라마 '굿바이 솔로' .

연예계에는 준비 안 된 연기자가 하나의 드라마나 영화의 성공으로 어느 날 갑자기 스타로 부상한 뒤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개선하지 않고 스타의 광휘에 취해 결국 대중의 외면을 받아 일회용 스타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김민희도 일회용 스타로 인식되며 대중의 외면을 받는 최악의 상황에서 스타성을 배가시키는 작품이 아닌 연기자로서의 외연과 내면을 확장할 작품을 선택해 노력과 연기력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연기력으로 평가받는 김민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편견에 사로 잡혀 김민희를 저평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김민희는 저평가돼선 안 되는 배우다. 왜냐하면 그녀는 작품마다 연기자로서 질적 변화와 진화를 꾀하고 연기력의 진정성과 캐릭터의 생명력으로 스크린과 TV 화면 너머의 대중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