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비은행권 가계대출, 2008년 이후 최대
최근 5년간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고소득층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부터 주택대출을 규제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비수도권으로 확대되면 은행권의 대출을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나쁜 조건의 대출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심화될 전망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취약계층 가계부채 풍선효과 위험 커지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소득과 담보 측면에서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은 비은행권 대출, 신용대출, 집단대출 등을 늘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해 연령대·소득계층·취업 종사상 지위·거주형태 등 유형별로 지난 5년간의 부채와 소득, 상환액 증가율, 상환부담 증가 속도 등을 살펴봤다.
먼저 소득 수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악화됐다.
소득 최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담보대출은 최근 5년간 63.9% 증가해 전체 가구의 증가율(39.6%)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같은 기간에 이 계층의 신용대출은 61.8% 급감했다
금융기관들의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신용대출이 어려워진 저소득층이 늘어났고, 이 가운데 집이 있는 이들은 이를 담보로 대출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1분위 계층은 5년간 부채원리금 상환액도 192.7% 증가해 전체 가구 평균(94.7%)을 크게 앞질렀다.
가처분소득에 대한 원리금상환액의 비율은 전체 소득계층 중 가장 높은 13.7%포인트 증가했다.
소득에 대비한 부채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다.
부채상환 부담 자체가 가장 큰 이들은 2분위 계층이었다.
2분위 계층은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117.2%),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27.9%) 등이 가장 높았다.
이렇게 저소득층의 부채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이달부터 주택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비수도권으로 확대되는 등 제도가 바뀌면서 '풍선 효과'가 우려된다.
높아진 은행권 대출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가계들이 비은행권 대출과 신용대출 등 규제 강화에서 제외된 다른 대출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심전환대출의 효과를 제거하고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17조2000억원이 증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예금취급기관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지난해 4분기 10조7000억원 증가해 2008년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의 이런 현상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수도권 심사를 앞두고 선반영된 효과라면,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조 위원은 "향후 가계부채가 부실화된다면 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있는 취약 계층에서 먼저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들 계층이 보유한 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이들의 절대 숫자는 적지 않다는 점에서 부실화가 현실화되면 소비 위축, 신용유의자 증가 등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클 수 있다"며 "풍선효과가 가계부채 부실화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