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사건 공방…뚜렷한 정황 vs 직접 증거 아니다

입력 2015-12-0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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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사이다 사건

▲농약 사이다 사건의 피의자 박모 할머니가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농약 사이다 사건이 국민참여 재판으로 열리는 가운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의 뚜렷한 정황근거 주장에 변호인측은 직접 증거가 아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 중 하나로 제시한 피고인 박모(82) 할머니 집 감나무 밑에서 발견된 '뚜껑 없는 드링크제 병'의 범행 연관성을 놓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6명의 할머니가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사건인 만큼 이날 재판에는 검찰과 변호인단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앞서 피고인 집에서 이 병과 제조번호가 같은 드링크제 병 여러 개를 발견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해당 드링크제 병에 흙이 많이 묻어 있고, 글자도 다 뭉개져 있는 등 상당히 오랜 시간 비바람에 노출되고 밖에 방치된 것이다"며 범행에 사용했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경찰에 압수된 병의 훼손 정도가 도저히 집 안에 있던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또 다시 "제조번호가 같은 데 집안에 있는 드링크제 병과 관계가 정말 없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 배심원들이 판단해 달라"고 했다.

이에 변호인은 또 다시 "사건 당시 해당 마을에 같은 제조일자의 병이 4000개나 유통된 상태였다"며 맞섰다.

변호인단과 검찰은 이 드링크제 병에서 지문, DNA 등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아울러 문제의 사이다가 놓여 있던 상주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냉장고 손잡이와 피고인 모자 등에서 메소밀 성분이 나오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주장을 주고받았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피고인 바지·상의,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21곳에서 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것을 주요 증거로 제시했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메소밀이 닿은 곳과 닿았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곳에서 메소밀이 검출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피고인만 사용하는 물건 등은 메소밀이 닿았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제3의 범인 가능성, 피고인이 사건 현장인 마을회관에 도착한 시간과 피해자들이 마을회관에 도착한 순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CCTV 화면 등 과학적 증거와 배치되는 진술을 하는 과정 등을 놓고도 언성을 높였다.

변호인단은 이날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자료와는 별도로 순천향대 농약중독연구소 회신 자료 등을 내놓으며 할머니 옷 등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이 피해자들의 입을 닦아주는 등 과정에서 묻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 할머니와 사건 발생 뒤 현장을 방문한 마을 주민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증인들을 상대로 각각 제시한 증거자료 등에 대한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일부 증인은 신변 보호 등을 위해 법정에 차폐시설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오는 10일까지 검찰과 변호인단이 요청한 증인 18명에 대한 신문을 한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피고인 신문, 검찰 측 의견 진술, 변호인단 최후 변론, 배심원단 평의·평결 등을 한다.

재판부는 배심원단 평의 결과를 참고해 판결을 선고한다.

검찰은 박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놀이를 하다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유죄를 자신하고 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직접 증거가 없다며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지난 7월 14일 오후 2시 43분께 경북 상주시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이를 마신 할머니 6명 가운데 2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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