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APEC서도 주도권 싸움…‘TPP Vs. FTAAP’ 자유무역 구상 홍보전

입력 2015-11-19 14:14수정 2015-11-1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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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가 18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싸움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무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각자가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 구상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경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각국 정상들에게 자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야말로 지역의 무역 관계 확대를 위한 모델이라며 조기 발효를 위한 조속한 타결을 호소했다. 미국은 TPP에 의해 지적재산권이나 노동 관행, 국영 기업 개혁 등에서 세계적 기준을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TPP 협상은 지난 10월에 대략 합의를 끝내 2017년 발효를 앞두고 있다. 참가 12개국에 중국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한 안보 문제 전문가는 “TPP는 미국이 추진하는 대아시아 중시 전략의 경제적 구성 요소”라며 미국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등과의 군사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국가와의 관계를 의식해 APEC 정상회의에 맞춰 열린 TPP 참가국 정상회의에서 “TPP는 지금까지 체결된 무역 협정 중 가장 기준이 높고 가장 진보된 것”이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닐라/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오바마 대통령 못지 않게 자국 주도의 자유무역권 구상 계획을 역설했다. 그는 “다양한 지역 자유무역협정 구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분산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일부 아시아 국가가 참여한 데 대한 간접적인 지적으로 해석된다. 이어 그는 “우리는 아시아 태평양 자유무역권(FTAAP) 실현을 가속화해 지역경제 통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아시아 국가들의 단합을 호소했다. FTAAP는 중국을 포함한 APEC 각국이 검토하고 있는 자유무역권 구상을 말한다.

이에 대해 일부 외교 분석가들은 중국이 미국보다 명확한 글로벌 경제 전략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인프라 정비 등의 개발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경제력을 활용해 무역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앞두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세계적인 경제 전략을 갖고 있는 나라는 현재 중국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스크 분석가 및 아시아 기업 관계자들은 미국은 TPP를 통해 지적 재산권에 대한 높은 기준을 설정한 것 등으로 실리를 챙겼다고 봤다. TPP 비참가국은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TPP 참가국과 경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마이클 프로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WSJ에 “중국은 TPP에 가입하든 말든 투자 환경 개선 게임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필리핀은 TPP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도 최근 미국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브레머 회장은 “중국에 이기려면 중국을 고립시킬 게 아니라 중국도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존 라이스 부회장은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아도 중국은 투자 등에서 높은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각국이 높은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중국도 거기에 맞춰야 할 필요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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