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9월 3일 讀書三到(독서삼도) 독서를 하는 세 가지 자세

입력 2015-09-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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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독서에는 세 가지 법이 있다. 첫째 구도(口到), 글을 읽으면서 입으로 다른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안도(眼到), 눈으로는 다른 것을 보지 말아야 한다. 셋째 심도(心到), 마음을 하나로 모아 정독해야 한다. 즉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주자학의 집성자 주희(朱熹· 1130~1200)가 한 말이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는 입으로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좋다. 가장 좋은 것은 마음으로 읽는 것이다. 그래야 글쓴이의 생각을 이해하고 행간(行間)까지 간파할 수 있다. 입으로 읽거나 귀로 듣기만 하는 것은 귀로 들어와 입으로 빠져나가는 구이지학(口耳之學· 7월 22일자 참조)이다. 하나 마나 한 공부, 읽으나 마나 한 독서다.

그런데 집중해서 글을 읽는 건 좋지만 그러다가 재산상 피해를 보거나 생활에 장애가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맨 먼저 생각나는 말이 책을 읽다가 양을 잃어버렸다는 독서망양(讀書亡羊)이다. 원래 ‘장자’ 변무(騈拇)편에 나오는 말은 장곡망양(臧穀亡羊)이다. 변무는 발가락의 군더더기살을 말한다고 한다.

장은 남자 종이고 곡은 여자 종인데, 이들이 양을 치러 갔다가 양을 잃어버렸다. 장은 책 읽는 데 정신이 팔려서, 곡은 장기와 주사위놀이를 하다가 양을 잃어버렸다고 대답했다. 독서망양은 독서 자체보다 다른 일에 정신을 뺏겨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한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이와 달리 호계유맥(護鷄流麥)은 진짜 독서를 하다가 낭패를 한 경우를 말한다. 고봉유맥(高鳳流麥)이라고도 한다. 후한서 일민전(逸民傳)에 고봉(高鳳)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그의 아내가 베어 온 보리를 닭이 먹지 못하게 하라면서 일하러 나갔다. 고봉은 한 손에 장대를 든 채 책만 읽다가 비가 내려 보리가 다 떠내려가는 것도 몰랐다고 한다. 사실은 이런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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