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시너지 높아… “오너일가 지분 매각 가능성 희박”
제일모직의 보호예수기간은 오는 17일 해제된다. 지난해 12월 상장 이후 6개월간 묶여있던 최대주주 물량 8462만450주(총 발행주식 수의 62.7%)와 자발적 보호예수 물량 1375만주(10.2%)는 18일부터 거래 가능하다.
보호예수는 신규 상장되거나 인수·합병 및 유상증자 등이 이뤄진 기업의 주식에 대해 소액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대주주 등이 일정기간 보유 지분을 매매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이재용 부회장(23.2%), 이부진·이서현 사장(각 7.7%),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4%) 등 오너일가(42.2%)와 특수관계인이 전체 제일모직 지분의 52.2%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제일모직 주식 전량 처분 시 15일 종가(16만9000원) 기준 약 5조3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는 그러나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제일모직 주식 처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오너가 지배구조 개편이 아닌, 사업 시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사 합병 시 신(新) 삼성물산의 미래 성장성이 커지는 만큼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을 처분할 요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합병 삼성물산은 제일모직의 다양한 사업 운영능력과 삼성물산의 해외건설 인프라가 결합해 외형성장 및 신사업 발굴 등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제일모직은 (바이오 사업 확대 관련) 증자 부담을 덜 수 있고 삼성물산은 각 사업부문의 활발한 M&A(인수합병)를 추진할 수 있는 등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차익실현 등으로 지분 매각이 점쳐졌던 KCC도 단기적으로 별다른 움직임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두 기업의 주가가 같은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삼성물산 백기사로 나선 KCC가 제일모직 주식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KCC는 이달 11일 장외거래 방식으로 삼성물산의 자사주 899만557주(5.76%)를 주당 7만5000원, 총 6742억9000만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지난 8일 삼성물산 주식 32만주(0.20%)를 매입한 KCC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5.79%로 높아졌다. KCC에 대한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1대 0.35)을 문제 삼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응할 우호 지분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삼성물산의 지분 구조는 이달 12일 기준 삼성SDI(7.18%), 삼성화재(4.65%) 등 삼성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1.37%) 등을 합한 특수관계인 지분 13.99%, 단일 최대주주 국민연금 10.15%, KCC 5.79%, 엘리엇(7.12%) 포함 기타 외국인 지분 33.55%다.
KCC는 제일모직 지분 10.18%(1375만주)보유한 2대 주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시 단일주주로는 이재용 부회장(16.5%)에 다음으로 많은 지분(8.9%)을 갖게 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래부터 오너일가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은 낮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추진 중이고, 헤지펀드 엘리엇의 등장으로 합병 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제일모직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며 “KCC 역시 단기적 매각 이슈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