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연구 전문가들 “조류독감바이러스(N5N1)도 변이후 99.99% 일치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확진 환자의 검체로부터 바이러스를 분리 배양해 전체 유전체 염기 서열을 분석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환자의 것과 99.55% 일치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서열이 99.99%가 같아도 변이는 일어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보건당국이 주장하는 변이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은 염기 서열이 거의 100%일치 한다는 것이다.
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유전체 염기 서열은 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가진 최소 정보 단위의 순서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는 약 3만여개로 보건연구원은 2번 환자의 객담(가래)에서 바이러스를 분리 배양했다.
보건당국은 2번 환자 검체에서 배양한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 서열을 국내 바이러스 학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네덜란드 의과학연구센터(EMC)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공유해 특성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12년 EMC가 한 사우디아라비아 환자로부터 분리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유전자정보은행에 보관 중인 메르스 바이러스의 표준주 'JX869059'와 99.55%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연구원은 그동안 알려진 메르스 바이러스의 55개 유전자 정보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분리주 'KF600628'과는 99.82%로 가장 높은 일치율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는 “전문가적 견해로 봤을 때 99.99%가 일치한다 해도 변이가능성은 일어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100%의 가까운 일치율을 나타내 변이가능성이 없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설 교수는 “최근 고병원성 조류독감바이러스(H5N1)가 사람의 세포 속에서 변이가 이뤄진 게 확인됐는데, 이때 변이전 바이러스와 변이후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99.99%가 일치 했었다”며 “지금 정부는 염기서열 일치율에 대해 각각 99.55%, 99.82%를 얘기 하는데 이런 이론을 근거로 변이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설교수는 “더 알기쉽게 설명하자면, 인간과 침팬지의 DNA도 99%가 같다”며 “이렇게 염기서열이 1%만 달라도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다고 보면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메르스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단일 가닥 RNA(ssRNA)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DNA로 된 바이러스에 비해 돌연변이가 훨씬 쉽게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숙주세포에 들어와 R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염기가 끼어 들어갈 확률이 1만분의 1에서 10만분의 1 수준이다. 사람의 DNA 복제 과정에 비해 돌연변이 발생 확률이 10만 배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RNA는 3만 개의 염기가 한 줄로 이어져 있는데 세포에 침투해 복제된 바이러스에는 한 번 정도의 돌연변이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전문가 말릭 페이리스 홍콩대 교수도 변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한국에서 유독 빨리 나타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변이를 겪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건당국이 시행한 염기서열 분석 대상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87명(8일 오전 8시 현재)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완치된 두번째 환자의 객담만을 놓고 분석했다는 점이다. 이 두번째 환자는 첫번째 환자에게 감염된 2차 감염 환자였다. 전문가들은 좀 더 면밀한 분석을 위해 2차뿐 아니라 3차 감염자, 증상이 경미하거나 심각했던 환자 등 다수의 케이스를 놓고 분석했어야 했다고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