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만 급속 확산된 이상한 메르스… 대체 왜?

입력 2015-06-0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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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건의료노조)
국내에서 발병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변종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국내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된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는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후 평택성모병원 등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국립보건연구원이 2번 환자 검체로부터 바이러스를 분리·배양해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한 결과 바이러스 변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건연구원은 그동안 알려진 메르스 바이러스의 55개 유전정보 중 하나인 사우디 샘플과는 99.82%로 가장 높은 일치율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메르스 진원지인 중동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99% 이상 일치했다는 의미다.

변종 바이러스가 아닌데 왜 이렇게 단시간 내 감염자가 급속히 확산됐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은 7일 메르스 환자가 6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후조건을 꼽는다. 바이러스는 기온, 습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생존하기 어려운데 현재 건조하고 온화한 날씨가 바이러스 생존에는 최적의 환경이 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국내 열악한 병원 환경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건당국 발표처럼 메르스 슈퍼전파자라고 불리는 일부 환자들로 인해 병원에서 다수의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1차 메르스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최초 환자가 입원한 병실은 별도 통풍시스템이 없고, 중앙집중식 에어컨 시스템으로 인해 메르스 바이러스가 같은 병동 전역으로 급속히 퍼져나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울러 가족이 환자 곁에서 병수발을 드는 한국의 독특한 병실문화도 병원 내 메르스 감염 확산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환자와 가족이 병실에서 함께 지내는 병간호 관행도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환자들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 방역시스템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첫 번째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지난달 11일부터 병원을 옮기는 등 자유롭게 돌아다녔지만 정부 격리조치가 없었다. 14번, 16번 환자도 격리 없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다녔고 이 과정에서 3차 감염자가 다수 발생했다.

세계적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는 지난 2일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아라비아반도 외부에서 발생한 메르스 감염 중 가장 규모가 크다”며 “과학자들은 어떻게 한 명의 환자가 다수의 2차 감염을 유발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접촉이 어려운 하부 기도에 감염돼 대인 간 전파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사이언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메르스 피해가 커진 데에는 정부의 늦장 대응이 결정적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메르스 감염자들이 확진 판정이 늦어져 장기간 특별 조치도 없었고, 이 때문에 지난달 15~17일 가족과 보건의료 종사자, 치료를 받았던 병원의 다른 환자들 최소 22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인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유독 메르스에 취약할 가능성도 있다는 추론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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