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은 부모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가르치는 불경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는 세 말 여덟 되의 응혈(凝血)을 흘리고 여덟 섬 네 말의 혈유(血乳)를 먹인다고 했다. 그러니 아버지를 왼쪽 어깨에 업고 어머니를 오른쪽 어깨에 업고서 수미산(須彌山)을 백천 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를 열 가지로 간추렸다. ①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주는 은혜[懷耽守護恩] ②해산일에 즈음하여 고통을 이기는 어머니 은혜[臨産受苦恩] ③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生子忘憂恩] ④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어 먹이는 은혜[咽苦吐甘恩] ⑤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廻乾就濕恩] ⑥젖을 먹여서 기르는 은혜[乳哺養育恩] ⑦손발이 닳도록 깨끗이 씻어주는 은혜[洗濁不淨恩] ⑧먼 길을 떠나갈 때 걱정하는 은혜[遠行憶念恩] ⑨자식을 위하여 나쁜 일까지 하는 은혜[爲造惡業恩] ⑩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주는 은혜[究竟憐愍恩] 등이다.
수미산을 그렇게 돌지는 못하더라도 평소 동온하정(冬溫夏凊), 겨울엔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해 드릴 수는 있지 않을까. 천자문에는 임심리박 숙흥온정(臨深履薄 夙興溫凊)이라는 말이 나온다. 깊은 연못을 앞에 둔 듯 살얼음을 밟는 듯 늘 조심하고 일찍 일어나 추우면 덥게, 더우면 서늘하게 해 드리라는 뜻이다. 저녁에 잠자리를 보아 드리고 아침에 문안을 드리는 혼정신성(昏定晨省)도 효도의 기본이다. 효의 사상가 증자(曾子)는 임종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내 손과 발에 혹시 다치거나 상한 곳이 있는지 잘 살펴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부모가 주신 신체를 훼손할까 봐 항상 깊은 연못에 들어가듯 살얼음을 밟듯 경계하고 조심했는데, 이제 비로소 그 걱정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논어 태백(泰伯)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