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재건 일등공신… ‘2년 775억원’ 파격몸값 받고 위기의 구글 구원투수로
구글이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루스 포랏(57) 모건스탠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신임 CFO로 영입한다고 밝히면서 월가와 실리콘밸리가 동시에 술렁였다. ‘월가 최고의 파워우먼’으로 꼽혔던 포랏이 28년 동안 잔뼈가 굵은 모건스탠리를 떠나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인 구글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포랏은 은퇴를 선언한 파트리크 피셰트의 뒤를 이어 오는 5월 26일부터 구글의 첫 여성 CFO로서 업무에 착수한다. 구글은 내년까지 연봉과 성과급, 스톡옵션, 이직 보너스 등 무려 7000만 달러(약 775억원)를 챙겨주기로 해 포랏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를 반영했다.
최근 수년간 미국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와 2000년대 초 닷컴버블에 이은 IT기업 열풍을 배경으로 많은 월가 인재가 실리콘밸리로 이동했다.
앤서니 노토 트위터 CFO와 사라 프라이어 스퀘어 CFO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벤 프라이드 구글 최고정보책임자(CIO)는 7년 전 회사에 합류하기 이전에 13년간 모건스탠리에 재직했다.
그러나 포랏은 실리콘밸리로 자리를 옮긴 월가 인재 중 가장 고위직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0년 모건스탠리 CFO에 오르면서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 빈사 상태에 빠졌던 은행을 안정적 기반 위에 올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랏은 리스크가 큰 채권 사업 비중을 줄이고 꾸준하게 수익이 나는 자산운용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체질 전환을 꾀했다. 이에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 등 대형 은행들이 최근 수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실패하는 등 굴욕을 맛봤으나 모건스탠리는 어려운 관문을 넘을 수 있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지난 5년간 포랏은 우리가 다시 선두에 설 수 있도록 기여했다”며 “개인적으로 그는 굉장히 뛰어난 파트너이자 친구였다. 그와 함께 수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존경과 호의를 갖게 됐다. 이는 우리 이사회 멤버 모두 갖고 있는 감정”이라며 포랏을 떠나 보내는 소회를 담았다.
포랏은 1990년대 후반 프라이스라인닷컴과 이베이, 아마존닷컴 등 굵직굵직한 IT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했으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패니매,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업체와 AIG 구제금융 대책과 관련해 정부에 조언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지난 2013년 재무부 차관 후보에 그를 올렸으나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다.
구글은 IT 스타트업에서 초대형 기업으로 발전하면서 안방 살림을 더욱 체계적으로 책임져 줄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월가 인재가 필요해졌다. 또 순이익 증가세가 주춤하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규사업도 지지부진해 투자자들의 불만을 달래줄 수 있는 사람도 간절해졌다. 포랏은 그런 구글의 희망에 딱 들어맞는 최고의 적임자인 셈이다.
포랏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구글 주가는 지난 1년간 1.8% 상승에 그쳤다. 경쟁사인 애플 74.5%, 페이스북이 40.2%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구글의 순이익률은 지난 2011년의 26%에서 지난해 22%로 낮아졌다. 지난 2011년 모토로라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에 사들이는 대규모 인수ㆍ합병(M&A)을 단행했으나 결국 2년 뒤 중국 레노버에 29억1000만 달러라는 헐값에 매각하고 말았다.
구글의 지난해 연구ㆍ개발(R&D) 투자액은 98억 달러로 전년보다 38% 급증했다. 그러나 증강현실 기기인 ‘구글 글라스’와 무인자동차 등 신규 사업은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워치 시장을 노리고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웨어 등을 내놓았으나 지난 10일 사전 예약을 시작한 애플워치가 ‘완판’ 돌풍을 일으키면서 시장 주도권도 빼앗겼다는 평가다.
구글의 지난해 매출은 660억 달러로 전년보다 19% 늘었으나 미래 전망은 예전보다 더욱 불확실해진 것이다. 구글은 지난 3월 성명에서 “포랏은 모건스탠리에서 개선된 자본 배치와 비용절감을 통해 다양한 사업부에 자원 최적화를 증진시켰다”고 강조했다. 포랏이 지금까지의 중구난방식 구글 투자방식을 더 효율적 방식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기술투자업체 스테틀러캐피털매니지먼트의 케빈 스테틀러 대표는 “65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한 구글은 이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며 “월가 출신 CFO를 영입하면서 구글이 매우 효과적 자본구조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포랏은 정부 관리들과도 일해 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로비 측면에서도 구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정식 제소하는 등 구글은 세계 각국 규제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에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이 미국에서 로비로 쓴 자금은 1680만 달러에 달했다.
콜린 길리스 BGC파트너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재무 기강 확립과 규제환경의 변화가 구글이 직면한 가장 큰 두 가지 도전”이라며 “또 회사는 ‘빅 아이디어(Big Idea)’만을 좇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자신들이 쓰는 막대한 비용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줄 CFO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