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프로배구, 치솟는 외국인선수 몸값…트라이아웃만이 유일한 대안인가

입력 2015-02-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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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프로배구 V-리그가 기존의 외국인선수 계약 방식을 트라이아웃 제도로 변경한다.

현행 외국인선수 계약 제도는 구단이 원하는 선수를 직접 영입하는 자유계약 방식이다. 반면 트라이아웃 제도는 희망자들을 일정 기간 한 장소에 모아 연습게임이나 미니게임 등을 통해 기량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원하는 선수를 지명하는 방식이다.

일단 여자부는 당장 2015-16 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시행한다.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트라이아웃 캠프를 차린다. 각 구단은 이를 통해 다음 시즌 활약할 선수를 선발한다. 대상은 미국 선수로 한정한다. 반면 남자부는 2016-17 시즌부터 실시한다. 전세계 국적의 선수들이 대상이라는 점이 다르다.

규정 변경에는 찬반 양론이 대립할 수밖에 없다. 트라이아웃 제도의 도입 역시 그렇다. 단점은 명확하다. 몸값이 제한된 만큼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이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올시즌 포함 최근 국내 배구를 누빈 외국인선수 프로필은 화려함 그 자체다. 결코 빅리그가 아님에도 이들이 한국을 찾는 첫 번째 목적은 바로 돈이다. 이탈리아 명문 클럽에서도 A급 선수의 연봉은 10만 유로(약 1억2600만원) 수준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부대비용 포함, 외국인선수 1명에게 100만 달러(약 11억1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쓰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트라이아웃 제도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것임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지향해야 할 프로의 세계에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뽑기 위해 트라이아웃을 실시한다는 것은 분명 프로답지 못하다. 외국인선수가 팀 공격을 도맡으며 토종 거포가 실종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때문에 트라이아웃 제도가 토종 거포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언뜻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구단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임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구단이 외국인선수에게 지불하는 몸값은 유럽 내 최정상급 선수 몸값의 10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큰 돈을 쓰고도 선수의 기분까지 맞춰가면서 주인 행세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종거포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배구는 공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외국인선수가 수년간 공격의 대부분을 책임졌다면 이 기간 뛰어난 수비형 레프트라도 키워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까지 V리그 7연패는 물론 역대 8차례 정상에 올랐다. 안젤코, 가빈, 레오 등 외국인선수들이 마치 홀로 우승을 이끈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끈끈한 수비 조직력이 없었다면 우승은 요원했다. 특히 삼성화재는 매시즌 상위권 성적으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늘 차례가 뒷 번호였다. 뛰어난 신인 수급이 불가능했고 더구나 완성된 외국인선수가 아닌 육성형에 가까운 외국인선수들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력 저하가 명백한 트라이아웃 제도로의 변경은 배구 인기를 감소시킬 우려가 다분하다. 선수 육성보다 눈 앞의 우승을 위해 출혈 경쟁한 구단의 실수를 제도적 문제로 돌리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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