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결국 한국의 소득세는 세율은 평균 수준이나 조세 수입이 적고, 법인세는 세율이 낮은데도 조세 수입은 조금 많다. 그리고 소득세 납세 대상자의 일부분만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이것이 봉급생활자의 세금이 적고, 기업의 세금이 많아서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다음과 같이 부실하고 잘못된 소득세 제도와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가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다. 문제를 정확이 알아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다. 첫째는 눈에 보이는 명백한 소득이 있는데도 제도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게 하거나 이유도 없이 세금을 걷지 않는 부분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임대소득과 주택양도소득은 비과세이다. 2주택 등의 임대소득과 오피스텔 임대소득은 이유도 없이 거의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2016년부터 2주택 등의 임대소득을 과세하겠다고 하나 할지 안할지 모른다. 한국의 주택임대소득은 연간 5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전세값 상승 등으로 그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제대로 과세한다면 소득세 수입이 크게 늘어 날 것이다. 주택임대소득과 양도소득보다는 중요도가 떨어지지만 종교인 소득과 소액주주 주식양도차익 등도 제도적으로 비과세 되는 부분이다.
둘째, 한국은 지하경제와 뇌물, 리베이트 등 음성적 소득.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이 생기는 소득 등이 많은데 소득세제가 이러한 소득을 과세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한국 소득세제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등 법에 명시된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는 열거주의이다. 즉, 불법·탈법 소득을 포함 법에 열거되지 않은 방식으로 얻은 소득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반면, 미국 등에서는 법에 명시된 비과세 대상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출처에서 나오든 모든 소득은 과세 대상이다. 즉 범죄 등 불법적인 돈이건, 뇌물이건, 하느님 주신 돈이건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갖고 있는 재산과 자기가 쓴 돈 모두에 대해서 언제든 탈세하지 않았다는 것을 납세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이러한 제도를 ‘소득세 포괄주의’라고 한다. 미국 등 소득세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조직폭력, 마약, 뇌물 등을 통해 돈을 번 경우 범죄 사실이 발각되지 않아도 세금을 내지 않으면 조세포탈죄로 처벌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전직 대통령 아들, 조폭 두목, 재벌 2-3세, 일부 정치인과 종교인, 공무원, 전문직 등이 드러난 소득이 별로 없는데도 재산이 많고 호화롭게 살고 있다. 소득세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면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은 불가능하다.
셋째는 개인소득의 정체와 양극화로 인해 소득세 과세 대상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법인세 과세 대상인 기업소득은 경제성장률보다 4~5%포인트 높게 증가한 데 비해, 소득세 과세 대상인 근로소득과 소규모 자영업자 소득은 경제성장률보다 2%포인트 정도 낮게 증가했다. 이렇게 법인소득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법인세율은 OECD 평균보다 낮은데도 법인세 수입은 평균보다 많은 것이다. 반대로 소득세율은 OECD 평균 수준인데도 소득세 수입은 크게 낮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중소기업 직원과 비정규직 등은 보수가 적고 영세자영업자는 사업이 잘 안돼 세금 내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렇게 잘못된 소득세 제도와 경제 구조적 문제가 결합되어 조세기반이 취약하고 조세정의가 훼손되고 있다. 이번 연말정산에 대한 국민의 불만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소득세제를 보완할 모양이다.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소득세 포괄주의 도입 등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한 때이다. 명백한 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많으면 세금을 잘 내고 있는 사람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증세를 포함 어떠한 조세 정책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